경쟁사 대부분 4분기 실적 감소
DB, 작년 순익 20% 이상 급감
삼성, 세전 순익 첫 2조원 돌파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첫해인 지난해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최대 경영실적을 거둬들인 반면, DB손해보험은 지난해 미국을 강타한 괌·하와이 자연재해 사고 여파로 실적이 급감했다.
특히 메리츠는 2분기 연속 순이익이 업계 1위에 오르면서 손보업계의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이날 2023년 결산실적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세전이익 2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전이익은 전년 대비 11.7% 증가한 2조4466억원이었다. 이 중 보험손익은 약 2조101억원으로 전년 대비 18.6% 늘었고, 투자손익은 4188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지배주주지분 기준)도 1조8184억원으로 전년(새 회계 기준) 대비 12%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4분기 2787억원의 기록하며 손보업계 1위에 올랐다. 주요 손보사들의 4분기 실적이 급감한 것과 달리 호실적을 낸 것이다. 대표적으로 삼성화재는 같은 기간 전년 대비 46.8% 줄어든 1755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메리츠화재 측은 "기존 강점인 장기 보험손익의 꾸준한 성장과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운용 능력을 입증했다"며 "지난해 3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업계 당기순이익 1위에 올랐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실적 지속은 업계의 출혈 영업 경쟁에 동참하지 않고 신계약의 질적 가치 향상을 위해 우량 계약 중심의 매출 성장에 집중한 결과"라며 "효율적인 비용 관리 등 본업 경쟁력에 충실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의 순익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1조5748억원의 순이익으로 전년(소급 전환 재작성 기준) 대비 25.2% 증가했다. 지난 2020년 1분기 이후 16분기 연속 1000억원 이상의 순익을 기록하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2%, 23.6% 증가한 10조 8617억원, 2조1171억원이었다.
반면 DB손보의 지난해 순익은 20% 넘게 급감했다. 지난해 전년(1조9467억원) 대비 21.1% 감소한 1조5367억원의 순익을 시현했다. 괌·하와이 자연재해 대사고 인한 손해 부담 비용이 큰 탓이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연간 기준 2조1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1.8% 감소했다. 또 마스크 해제 후 병원 진료 증가 등에 따른 장기위험 손해율 상승과 손실 부담 비용 증가 등으로 장기보험 손익이 하락한 영향도 있다. 보험금융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한 투자 손익 감소 등도 실적 감소에 주 요인이었다.
앞서 이달 초 실적을 발표한 KB손해보험은 지난해 1분기 한국 타이어 화재 등 일회적 비용 발생에도 선방했다.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안정화 등에 힘입어 연간 순익이 성장했다. KB손보는 지난해 7529억원의 순익으로 전년(5572억원) 대비 약 35.1% 증가했다. 손해율은 82.2%로 전년 대비 0.3%p 개선했다. 장기보험의 손해율이 전년 대비 0.6%p 증가했지만, 자동차보험이 0.9%p 개선하며 선방한 수준을 보였다. 원수보험료는 전년 말 기준 12조7524억원으로 4.2% 증가했다.
주요 손보사의 보험계약마진(CSM)을 보면 삼성화재가 압도적으로 앞섰다. CSM은 보험 계약을 통해 미래에 얻을 수 있는 미실현 이익을 현재가치로 평가한 규모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말 전년 대비 1조1586억원 늘어난 13조3028억원을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삼성생명(12조2000억원)을 1조원 넘게 앞서며 보험업권 전체 1위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DB손보의 CSM 잔액은 12조2000억원, 메리츠화재는 10조4687억원이었다. KB손보는 전년(7조9450억원) 대비 7.2% 증가한 8조5180조원을 기록했다.
23일 IR 예정인 현대해상은 지난 8일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잠정)이 전년 대비 5.8% 증가한 6078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