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넘어 세계로 뻗는 웹툰·웹소설
카카오픽코마, 작년 거래액 1000억엔 경신
글로벌시장 커지며 현지 콘텐츠 영역 넓혀
해외팬들 소비가 다양한 IP 확장으로 이어져
카카오픽코마, 작년 거래액 1000억엔 경신
글로벌시장 커지며 현지 콘텐츠 영역 넓혀
해외팬들 소비가 다양한 IP 확장으로 이어져
넷플릭스에 따르면 이 작품은 11일부터 18일까지 550만 시청수를 기록해 이 플랫폼에서 비영어TV 부문 1위에 올랐다. 또한 프랑스, 모로코, 캐나다, 볼리비아, 호주, 홍콩, 일본 등 총 43개 국가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우연한 사건으로 살인자가 된 남성과 그를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담은 다소 난해한 제목의 이 작품은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약 1년간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된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네이버웹툰은 넷플릭스 콘텐츠가 공개되기 한 달 전인 지난달 해외 서비스인 '웹툰'에서 이 작품을 영어로 번역해 공개했다.
국내에서 시작된 '웹툰'과 '웹소설'이 반도체와 이차전지에 이어 한국의 대표 수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웹툰·웹소설의 해외 수출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국내 플랫폼들도 해외 사업을 더 큰 규모로 키우고 '종주국'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한 여러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2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웹툰 시장 규모는 2021년 37억달러(약 4조9200억원)에서 2030년 561억달러(약 74조61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도 지속적인 성장세지만 해외 시장이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2년 기준 만화·웹툰 산업 규모는 2조624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3% 성장했으며, 해외 수출 규모는 1억764만달러로 전년 대비 31.3% 늘었다. 웹툰 플랫폼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해외 진출이 성과를 낸 것이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 데이터 분석업체 센서타워가 내놓은 '2023년 전 세계 만화 앱 시장 인사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웹툰 플랫폼 매출 1위는 카카오 픽코마, 2위는 라인망가, 3위 네이버웹툰, 4위 카카오페이지 순으로 각각 일본에서의 매출이 한국 매출을 뛰어넘었다. 또다른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웹툰 플랫폼 시장에서 네이버웹툰의 시장점유율은 70.5%를 차지했다.
카카오 픽코마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 1000억엔을 경신하며 일본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가장 돈을 많이 쓴 앱으로 꼽혔다. 2016년 론칭 이후 누적 매출은 26억달러 수준에 달한다. 네이버의 일본 웹툰 플랫폼인 라인망가와 이북재팬의 거래 합산액 역시 1000억엔을 넘어섰다.
해외 웹툰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은 기존 국내에서 이미 성공한 작품들을 속도감 있게 해외 시장에 론칭한 데 따른 것이다. 네이버웹툰의 일본 플랫폼인 라인망가의 경우 비행기 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전투 능력을 키우며 용병으로 살아온 주인공 유이진의 이야기를 다룬 '입학용병'이 월 거래액 1억엔을 넘긴 바 있다. '재혼황후', '약탈신부' 등 한국 유명 웹툰을 일본어로 번역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카카오픽코마도 '이태원 클라쓰', '나혼자만 레벨업' 등 카카오엔터의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앞세웠다. 리디 역시 지난해 12월 일본 웹툰 플랫폼에서 론칭한 인기 웹툰 '상수리나무 아래'가 오픈 한 달 동안 거래액 25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글로벌 웹툰 시장의 규모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플랫폼은 현지 콘텐츠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 아마추어 플랫폼에서 웹툰을 발굴하거나 현지 공모전을 통해 가능성이 있는 작품을 발굴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웹툰이 발굴한 '로어 올림푸스'가 있다. 뉴질랜드 출신 레이철 스마이스가 만든 이 웹툰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미국 최고 권위의 만화 시상식인 뉴욕 코믹콘 하비상을 수상한 바 있다. 만화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아이스너상과 만화 링고.상은 2022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수상하며 북미권에서 웹툰의 입지를 새롭게 다진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도전만화 플랫폼의 해외 버전인 '캔버스'에서 로어 올림푸스 외에도 '에브리띵 이즈 파인', '언오디너리' 등을 발굴했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2021년 북미 현지에서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인수한 후 이듬해 북미 법인인 타파스엔터를 출범했다. 현재는 한국 작품 위주로 IP가 형성돼 있는 가운데 현지 콘텐츠 발굴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웹소설 시장에 적극적이다. 북미 웹소설 시장이 시작 단계임에도 높은 잠재성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타파스는 지난해 말 로맨스 웹소설 공모전인 '트루 러브 온 타파스'를 진행, 최근 최종 수상작 15편을 선정하기도 했다. 올해 웹소설 진출 강화를 주요 전략으로 북미 스토리 사업에 힘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팬들의 소비가 웹툰과 웹소설 구독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IP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네이버웹툰은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태국 방콕 MBK센터에서 태국 라인웹툰 작품인 '아임 더 모스트 뷰티풀 카운트'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이는 네이버웹툰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진행한 공식 팝업스토어로, 팝업이 진행된 2주 동안 총 방문객이 1만명을 넘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11월 말에는 네이버웹툰 영어 서비스에 웹툰 IP를 활용한 주문 제작형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브랜드 스토어 '웹툰샵'을 가오픈한 바 있다. 또 '바이오월드', '피그핀' 등 다양한 북미 파트너들과 웹툰 IP 협업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웹툰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한 국내 드라마들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 현지에서 직접 원작을 영상화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 지난 2018년 JTBC 드라마로 만들어진 바 있는 네이버웹툰 '내 ID는 강남미인!'은 올해 태국에서 현지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마찬가지로 이미 드라마화된 바 있는 '여신강림'은 올해 미국 OTT 크런치롤에서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된다.
카카오엔터의 웹툰 '아쿠아맨'도 오는 2025년 후지TV와 이곳의 자체 OTT 플랫폼을 통해 드라마로 공개될 예정이다. 'N번째 연애'도 지난해 11월 대만 현지 제작사로부터 드라마화 기획 및 개발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카카오엔터의 웹툰 '너클걸'을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는 지난해 11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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