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잇슈]"4시간 기다려도 괜찮아요"…소문만 듣던 `인증샷 맛집` 가보니

입력: 2024-03-18 14:24 박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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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잇슈]"4시간 기다려도 괜찮아요"…소문만 듣던 `인증샷 맛집` 가보니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런던베이글 가게 앞에서 손님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박상길 기자>

"아빠, 여기 왜 이렇게 사람들 많아?", "응. 티브이에도 나오고 되게 유명한 빵집이라 그래."

단순한 빵집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아이 눈에는 신기했나보다. 지난 17일 오후 방문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런던베이글 뮤지엄 앞. 티브이에서만 보던 이곳을 실제 마주했을 때 생각보다 많은 인파에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

런던베이글은 삼성전자나 하이브 등 유명 회사의 구내 식당에 등장하면서 '핫'한 장소로 떠올랐다. 새벽부터 줄서서 몇 시간씩 기다려야 겨우 베이글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벽이 높은 편이지만 MZ세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2021년 매장을 연 지 3년 만에 '성지'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입장 웨이팅을 위해 키오스크에 휴대폰 번호를 적자 대기번호 589번, 대기 팀만 133팀이라고 떴다. 내부에 취식 가능한 자리가 80팀 정도 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얼마만큼 대기해야 하는지 감이 안와서 안내 직원에게 문의해보니 2시간 30분∼3시간 정도이며 그마저도 포장만 가능하고 매장내에서 취식이 어렵단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주말이었는데 평일처럼 앱으로 웨이팅 대기가 어렵고 현장 예약만 가능해 사람이 많은 것이라고 직원은 설명했다.

예상보다 긴 대기 시간에 당황하거나 놀라는 손님들과 달리 직원들은 익숙한 듯 담담하게 안내했다. 웨이팅 입력과 동시에 울린 카카오톡에서는 대기 중 전체 메뉴가 품절되면 웨이팅이 취소될 수 있다는 안내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함께 대기하던 한 사람에게 문의해보니 대기 걸어놓고 인근에 볼 일을 보고 오거나 부근의 커피숍에서 기다린다고 했다. 맞은편에 있는 스타벅스를 가봤는데 이곳도 자리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17일 오후 2시쯤 방문한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 입장 웨이팅을 위해 등록 기기에 입력하자 589번이라고 안내됐다.<박상길 기자>

가게 앞 안내 직원들은 줄지 않는 인파 때문에 "입장했을 때 베이글 재고가 1∼2개만 있을 수 있다"고 계속 안내했고, 그 말에 초조해하는 손님들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오후 3시가 넘어가자 대기 순번은 어느덧 700번대에 가까워졌고 30분이 더 경과하자 가게 앞에는 이내 포장 대기도 어렵다는 안내 문구가 걸렸다.

안내 문구에는 오늘 누적 웨이팅이 694명에 달한다며 "금일 많은 손님들의 방문으로 인해 대기 마감되었다. 더 이상의 대기 접수가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다음에 꼭 다시 방문해달라"라고 쓰여 있었다. 또 "대기 중 베이글 소진시 대기가 취소될 수 있는 점, 많은 양해 부탁드린다"라고도 적혔다.

문구를 뒤늦게 확인한 손님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길을 돌렸으며, 못내 미련이 남았는지 가게 내부만이라도 구경하겠다고 하는 손님들도 적지 않았다. 이후에도 방문객들은 끊이지 않았는데 포장 대기 시간만 3시간 소요된다는 안내를 듣고 남편 표정이 굳어버리자 아내들이 재빨리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일부 손님들 사이에선 "도대체 무슨 베이글을 팔길래 이 난리냐"라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왔다.

오후 3시 30분이 되자 포장 대기까지 마감되었다는 안내문이 걸렸다. <박상길 기자>

오후 4시 30분 런던베이글 내부로 들어오니 손님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박상길 기자>

오후 4시 30분. 3시간여를 대기한 끝에 입장한 가게 내부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 곳에서 판매하는 베이글은 일반 베이글 판매장보다 단가가 높아 꽤 비싼 편이었다. 대표적인 인기 메뉴인 쪽파 프레첼 베이글의 1개 가격은 8500원이었다. 보통 10만원 이상 구매한다는 후기들이 많았는데, 기자가 이날 12개의 베이글을 구매해보니 가격이 8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맛은 확실히 달랐다. 수분이 없어 질긴 느낌의 정통 베이글과는 달리 쫄깃하고 부드러워 한국인 입맛에는 딱 맞았다. 가격이 저렴하진 않았지만 한번쯤은 먹을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 대기 시간도 길지만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화제가 되는 경험을 직접 해보면서 일종의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MZ세대들 사이에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접하게 된 핫한 식당과 카페 등을 실제로 다녀와 SNS에 인증하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처럼 굳어졌다. 이날 기자가 대기하며 5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구매 후 필수 코스처럼 가게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한 전문가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MZ세대들은 이슈가 되는 식당이나 장소를 직접 체험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베이글을 어렵게 구매한 한 손님이 가게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다. <박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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