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금융사들 건전성 관리
작년 부실채권 매입액 2배 쑥
물량급증에 자금마련 등 집중
작년 부실채권 매입액 2배 쑥
물량급증에 자금마련 등 집중
이같은 유동화 전문회사는 통상 경기 침체기에 호황을 누린다. 이런 유동화전문회사에 다시 호황기가 찾아왔다. 지난 한 해 부실채권 매입액은 두 배 이상 늘었다. 금융사들이 높아진 연체율로 위축된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부실채권을 시장에 내놓은 결과다. 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경쟁에 나선 유동화전문회사들의 자금조달도 계속되고 있다.
18일 각 사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누적 기준 유동화전문회사들의 부실채권 낙찰액은 총 4조8090억원(OPB·미상환원금 기준 5조5145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말(1조9328억원) 대비 2.49배 증가한 수준이다. 급전이 필요한 금융사가 많아지면서 매각 물량이 쏟아졌다는 뜻이다.
지난해 투자액비율은 공개입찰 기준 연합자산관리(유암코) 39.58%, 하나F&I 23.74%, 우리F&I 12.56%, 대신F&I 12.06%, 키움F&I 7.45% 등이다. 낙찰액 역시 유암코 1조9033억원, 하나F&I 1조1418억원, 우리F&I 6038억원, 대신F&I 5797억원, 키움F&I 3583억원 등 순으로 많았다. 이중 우리금융F&I·하나F&I·대신F&I·키움F&I·유암코 등 5개사는 지난해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매입 회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참여할 NPL 입찰이 많아지고, 시장경쟁도 심화한 셈이다.
작년 동안 증가폭이 가장 큰 업체는 하나F&I다. 하나F&I는 지난해 1조1418억원을 매입, 전년(2786억원) 대비 4.10배 증가했다. 이어 키움F&I(2.75배), 대신F&I(2.35배), 유암코(2.18배), 우리F&I(1.57배) 등이 뒤를 이었다. 낙찰액이 증가한 것은 금융사의 부실이 커졌다는 증거다.
부실채권 물량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에 대한 부실 분류 기준을 강화했다. 만기 연장으로 근근히 버텨왔던 시장도 더 이상 감내하기가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금융사들이 돈을 댄 시공사 중에선 유동부채비율이 90%를 넘긴 곳도 나오고 있다. 현금이 돌지 않으면 일시에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을 예견한 유동화전문회사는 실탄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달들어 대신F&I는 144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했다. 사채를 통해 부실채권 매입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하나F&I는 2970억원 규모의 자금을 회사채를 통해 조달했다. 유암코 역시 작년 10월 4000억원 어치 회사채를 발행했다. 우리금융F&I는 작년 9월 1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2년까지 NPL 매각 물량이 계속 줄었는데, 작년 급격히 증가했다. 불황으로 부실채권이 쏟아지면서 F&I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면서 "유동화전문회사들이 늘면서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무리한 투자는 수익 급전직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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