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장 진입 조건 까다롭고
수요 기대 이하… 기업들 주저
민간·공공 모두 활성화 더뎌
전문가 "전환하기 어려운 환경
SW 제값주기부터 정착돼야"
수요 기대 이하… 기업들 주저
민간·공공 모두 활성화 더뎌
전문가 "전환하기 어려운 환경
SW 제값주기부터 정착돼야"
25일 정부 디지털서비스이용지원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공공 SaaS 누적 계약 금액은 총 149억원 수준이다. 전년 동월까지 약 89억원을 기록한 것에서 1년간 약 60억원이 증가한 결과다. 그러나 올해 수요예보(잠정) 기준 연간 전체 SW사업 예산(4조7505억원)은 물론, 상용SW 예산(3750억원)으로만 따져도 초라한 실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과 SW진흥전략을 발표하면서 2026년까지 SaaS기업을 1만개 이상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바 있다. 해당 정책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당시 국내 SaaS 기업 수를 2021년 기준 1102개로 파악했다. 현재까지 KOSA(한국SW산업협회)에 SW사업자로 등록을 신청한 곳이 5만개인 만큼, 이 중 20%가 SaaS 전환을 이루면 1만개가 된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이 대부분인 SW산업 현장의 온도는 다르다. SaaS 전환·개발을 해도 사줄 곳이 없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KOSA의 2022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SaaS 전환·개발을 위해 국내 SW기업 중 65% 이상이 1억원 이상을 투입했고, 10억원 이상을 투자한 기업도 4분의 1이 넘었다. 앞으로 투자할 금액으로도 68%가 억 단위를 답했다. 여기에 수천만원씩 드는 CSAP(클라우드보안인증)를 획득해야 SW기업들은 공공부문에 SaaS를 공급할 수 있다. 이용 가능한 공공 SaaS 수(현재 91개)가 적다는 공공부문의 지적을 감안해도 계약 실적은 아직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문제는 공공 시장뿐 아니라 민간 시장도 제대로 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전환이 이뤄지기 이전에도 국내 SW기업들은 글로벌 SW기업들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낮았는데, 시스템 구축이 아닌 솔루션 공급 과정에서도 SI(시스템통합) 용역의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갑'인 고객의 커스터마이징 요구가 흔했고, 응하지 않으면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외산 SW와의 경쟁에서 기술지원 등 명목으로 이를 강점으로 내세우면서 패키징이나 완성도에 대한 노력을 비교적 덜 기울인 측면도 함께 있다.
공공과 민간 아울러 이런 시장 분위기는 여전하다. SW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업체가 와서 다 만들어주고 비용 처리도 한 번에 되는 방식인데, 이를 고객이 직접 알아봐야 하고 구독·계약도 신경 써야 하니 수요 측 담당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SaaS가 필요한 경우에는 외산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한 상용SW기업 대표는 "RFP(제안요청서)에 A라고 적혀있어도 막상 가보면 거기에 B, C가 추가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SaaS 전환을 하고 있지만 국내 공공분야에서 요구하는 보안기준이 강하다 보니 결국 국내용과 글로벌용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수출도 국내 레퍼런스를 필요로 한다"며 "우리나라도 업무가 표준화되고 사업환경이 개선돼 SaaS가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SW기업들은 SaaS 개발·전환을 고려하거나 진행하고는 있어도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주저하는 분위기다. 앞으로 SaaS로 거의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바뀔 날이 머지 않았다는 인식은 업계에서 공유되고 있지만, 시장이 쉽사리 크지 않다 보니 당장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창업주의 은퇴 시점이 가까운 SW기업 등은 SaaS 전환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SaaS 기업 1만개가 달성되더라도 그 내실도 관건인 셈이다. SW업계에서는 결국 SW 이용 문화와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SW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의 SaaS와 경쟁할 수 있도록 역량을 높일 필요성도 제기된다.
조문증 국립경상대 교수는 "현재 국내 환경을 보면 SW기업들이 SaaS로 전환할 동인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SW 제값주기가 정착돼야 SaaS 전환도 수월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선도적인 성공사례가 발굴되면 탄력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여기에 초점을 맞춘 지원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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