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지역경제보고서'
한국은행은 26일 '지역경제보고서'에 실린 '수출기업 설문조사 결과(중국 리오프닝과 공급망 리스크를 중심으로)'를 통해 이런 분석 내용을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은 조사국 지역연구지원팀 이예림 과장이 집필했다.
한은은 지역별 경제적 성과를 2015년 전후 기간(2001~2014년과 2015~2022년)을 대상으로 비교 평가했다. 2015년은 수도권에 주로 소재한 반도체, IT 서비스 등이 본격 성장하고 자동차 및 조선, 화학 등 비수도권 주력산업이 부진하면서 전국 생산 중 수도권 비중이 50%를 처음으로 넘은 시점이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세 둔화를 반영해 대다수 지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한 가운데 지역별로 성장률이 차별화된 모습을 나타냈다.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성장률 격차는 큰 폭으로 확대됐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은 2015년 이후 성장률이 이전 기간과 비슷하거나 소폭 하락한 반면 비수도권의 다수 지역은 성장률이 3%포인트(p) 이상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전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여율이 51.6에서 70.1%로 급등했다.
한은은 두 지역 간 성장률 격차는 주력 제조업의 성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은 생산성이 높은 반도체 등 첨단 전자부품 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비수도권은 자동차·화학제품·기계 산업 등이 중국과의 경쟁 심화, 생산성 하락 등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반면 지역별 1인당 개인소득 격차는 축소됐다. 특히 대도시(광역시 이상)와 도지역 간 소득격차가 줄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았던 도지역의 소득증가율이 2015년 이후 대도시에 비해 덜 둔화됐기 때문이다.
상당수 도지역은 생산 둔화의 영향이 개인소득보다는 기업의 이익 둔화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 정부의 대규모 이전지출에 따른 재분배 수혜도 상대적으로 도지역에서 더 컸다.
개인소득 격차 축소에도 대도시와 도지역 간 소비수준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 2015년 이후 도지역의 소비 증가율이 대도시에 비해 큰 폭으로 둔화되면서다.
보고서는 청년인구의 대도시 이동에 따른 인구고령화 가속화, 소비 인프라 부족 등으로 도지역의 평균소비성향이 대도시보다 더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예림 지역연구지원팀 과장은 "저출산 등 우리나라의 구조적 문제들이 수도권 집중화와 관련된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비수도권 지역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며 "비수도권 인구유출 등에 따른 공급, 수요 둔화에 대응하되 향후 재정부담 등을 감안해 지역 특성에 따른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 제고를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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