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및 정책패키지 강행 속 전공의 수련 포기, 의대생 동맹휴학, 의대교수 집단사직 등 출구 없는 의정(醫政)충돌에 여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뒤늦게 중재 시도에 나서 주목된다.
26일 여권에 따르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제22대 총선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25일 서울 중구 신당동 방문 일정 중, 비례정당을 이끄는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을 만나 비공개로 떡볶이 오찬을 하며 의정충돌 해결책 논의에 머리를 맞댔다.
한 위원장이 지난 24일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단을 만난 뒤 대통령실에 '이탈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 유연한 처리'를 요청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인 위원장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을 역임했다.
인 위원장은 26일 국민의미래 선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한 위원장이 세브란스에 오셔서 의사들을 만난 건 큰 의미가 있다"며 "1000명, 2000명 얘기가 나온 건 막연히 '지방에 의사가 많이 부족하기에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이야기"라고 먼저 했다.
다만 "그 외에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복잡하다"며 필수의료 과목의 낮은 의료보험 수가 역차별, 앰뷸런스 운용이 견인차 운용보다 이득이 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또 "지금 제기되는 (증원)문제보다 (수가가) 복잡한 문제고 포괄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경기 성남분당갑 후보인 안철수 의원은 이날 성남시의회에서 '공동선대위원장' 자격으로 △공신력있는 기구가 참여한 범사회적 의료개혁 협의체 구성 △2000명 의대 증원안 재검토와 점진적 증원 △의사들이 복귀하도록 정부가 적극 대처 등 3대 중재안을 발표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 전공의와 현 의료파업을 하루속히 매듭짓기 위해 논의한 결과"라고 전했다. 그는 2000명 증원안 재검토 요청 이유로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고 "한림원에 따르면 3~6개월이면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4년 전처럼 '전공의 돌아오겠지' 생각하는 건 정부의 오해"라며 학생·인턴·전공의 없이 전문의만 남아 탈진하는 의료 파국이 예상된다고 했다. 따라서 "정부가 직접 전공의와 학생들을 만나 업무개시명령·면허정지 등을 철회하고 증원안은 객관적인 기구에 맡기라"고 촉구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울산 남구 신정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고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며 "의제를 제한하지 않고 건설적인 대화를 해서 좋은 결론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천명도 타협이 가능하느냐'고 묻자 "저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대화를 함에 있어서 의제를 제한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측근인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 겸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당사에서 취재진을 만나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의정대화를 촉구했다. 안 위원장의 '2000명 재검토안 공감 여부'엔 뚜렷한 긍·부정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장 본부장은 "의대 정원 문제에 당의 입장을 말씀드렸다. 국민 건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의제에 제한 없이 건설적으로 대화해야 하고 최우선 기준은 국민의 건강"이라며 "그 (선행된)답변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갈음하겠다"고 밝혔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안철수 국민의힘 제22대 총선 공동중앙선거대책위원장(경기 성남분당갑 후보)이 26일 오후 성남시의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증원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안철수 국회의원실 제공>
지난 3월25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제22대 총선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인요한(왼쪽)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이서울 신당동 떡볶이타운에서 이혜훈(오른쪽) 국민의힘 중성동을 후보와 함께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에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