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신증설… 공급망 선제 구축
2027년 총 연간생산량 602.5GWh
LG엔솔, 추가 단독공장건설 등 추진
삼성SDI·SK온, 합작공장 확대 방침
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 국면에도 북미 지역의 생산능력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장 가동 시기는 조정할 수 있지만 3사 모두 건설 자체는 박차를 가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선제 구축한다는 목표다. 배터리 3사 모두 올해 상반기는 캐즘 직격탄을 피할 수 없지만 미래 수요 회복기에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에서다.
8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 가동되거나 신증설을 위해 2027년까지 건설 중인 국내 배터리 3사의 총 연간 생산능력은 이날 기준 602.5GWh로 집계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322GWh로 가장 많고, SK온이 183.5GWh, 삼성SDI가 97GWh다.
북미 지역에 총 8개의 생산거점을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시장의 캐즘 현상으로 1분기 실적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투자 속도는 늦추지 않고 있다. 북미 지역의 두 번째 단독공장이자 첫 원통형·에너지저장장치 LFP(리튬인산철) 애리조나주 단독공장은 철골 건설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합작공장인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 2공장은 이달 2일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에도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했다. 얼티엄셀즈 3공장 역시 현재 공정률이 40%를 넘어서며 2025년 가동이라는 목표를 현실화하고 있다. 북미 지역의 차질 없는 투자 기조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지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취했던 삼성SDI도 북미 시장에서 단독공장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지난달 20일에 열린 정기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북미 시장은)앞으로 지속적으로 다시 성장을 할 것이니 합작공장을 더 확대하고 단독공장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북미에서 독자공장을 세울 경우 글로벌 완성차들의 원통형 배터리 등등 수요 증가에 부응해 전용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SDI는 이미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에서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건설 중인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1·2공장은 모두 각형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2026년 가동 목표로 건설 중인 GM과의 합작공장은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를 모두 양산할 예정이다.
SK온은 포드의 일부 전기차 출시 계획 연기로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켄터키2공장의 가동을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켄터키2공장의 가동시점을 시장 상황에 따라 2026년에서 더 늦출 수도 있다고 하긴 했지만, 공장 건설은 차질 없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아울러 2025년에만 블루오벌SK의 켄터키1공장과 테네시공장에 더해 현대차와의 조지아 합작공장 등 총 3개의 공장을 가동 목표로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 3사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래 시장 상황에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전기차 산업의 일시적 수요 둔화는 일시적인 만큼 이 시기에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향후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일단 현재는 북미 지역에 공장 건설을 마무리하고 향후 시장 수요 변동성이나 자원의 가격 변화, 경쟁사 동향 등 다양한 요인을 보고 유연하게 사업을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공장 건설 단계에서 유연함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