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가 2000명 의과대학 증원 규모를 최대 절반까지 줄이겠다는 중재안에도 '수용 불가' 의사를 밝히며 의정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25일 의대 교수들까지 병원 이탈을 예고하며 의료체계 붕괴 우려는 커지고 있다.
21일 보건복지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충북대, 충남대, 강원대 등 6개 국립대 총장은 정부에 지난 18일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의 경우, 증원된 의과대학 정원의 50%에서 100%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신입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2000명 증원'을 계획대로 추진하되, 대학들이 증원분을 최대 절반까지 줄이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정부는 국립대 총장들의 의견을 전격 수용했다. 기존 2000명을 고집했던 정부가 대학별 결정에 따라 사실상 1000~2000명으로 증원 축소의 여지를 준 것이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중재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 발표는 현재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심한 결과라고 평가한다"면서도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의사단체가 '원점 재검토'를 재차 강조하며 의정 갈등은 여전히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이 모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지난 18일 학장·학원장 회의를 거쳐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동결하고 의료계와의 협의체에서 향후 의료 인력 수급을 결정하자"는 내용이 담긴 대정부 호소문을 21일 발표했다.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며 의료체계 붕괴 우려는 커지고 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우던 의대 교수들마저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의대 교수들은 정부 정책에 반발하며 지난달 25일부터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민법상 사직 의사를 밝히고 1개월이 지나면 사직의 효력이 발생한다.
지난달 25일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는 10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얼마나 많은 교수가 병원을 떠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교수들이 의대별 비상대책위원회에 제출한 사직서가 대학 인사과에 전달되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날 경우 의료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교수들은 통상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난도 높은 수술을 주로 맡는다. 전공의들과 달리 교수들의 공백은 PA(진료지원) 간호사로 메울 수 없다. 지난 2020년 정부가 의대증원을 추진할 당시에도 교수들의 개입이 부담으로 작용하며 증원 추진이 무산된 바 있다.
전국 의대 수업도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지난주 개강이 예정돼있던 16개교 중 8개교만 예정대로 개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현재 수업을 운영 중인 대학은 24개교로, 전체 40개 의대의 60% 수준이다.
환자 피해 사례는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경남 김해 한 가슴통증을 느낀 60대 노인은 경남지역 병원 6곳에 10번가량 연락을 했지만,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 이 노인은 오후 5시 반이 가까워진 시각에야 부산 한 2차 병원에서 대동맥박리 진단을 받았다. 이후 오후 10시 대학병원에서 수술 준비하던 과정에서 끝내 사망했다.
충북 보은군에서는 도랑에 빠진 33개월 아이가, 충북 충주시에서는 전신주에 깔린 70대 여성이 병원을 돌다 끝내 숨졌다. 의료공백이 각 사망 사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는지는 더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의정갈등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와 의사들에 대한 비판은 커지고 있다.한편 현재 상급종합병원에는 지난 18일 기준 2만4253명이 입원 중이다. 전주와 비교해 16.1% 환자가 늘어난 상태다. 중환자실 입원환자도 1.9% 증가한 2871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민우기자 mw38@dt.co.kr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해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와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