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말부터 유럽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약 열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3일 귀국했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을 통해 첨단 반도체 기술인 EUV(극자외선) 기업인 자이스와의 협력 강화를 도모하는 등의 성과를 얻었다.
이날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약 열흘 간의 출장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전 7시30분께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 회장은 입국장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봄이 왔네요"라는 인사를 건넸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 소회와 성과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봄이 왔네요"라는 인사말을 두고 삼성전자가 침체의 터널을 지나 다시한번 대약진을 시작했음을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올 1분기 2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뒀다. 2022년 4분기 이후 다섯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D램 가격도 회복되고 있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4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16.67% 상승한 2.1달러를 기록했다. 2021년 7월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던 D램 가격은 주요 메모리 업체의 감산에 따른 재고 소진으로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 연속 올랐다. 이후 2개월간 보합세를 보이다 4월에 다시 상승하며 2022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2달러를 회복했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4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과 같은 4.9달러를 유지하며 2개월째 보합세를 보였다. 앞서 낸드 가격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월 연속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71조9156억원, 6조6060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8%, 영업이익은 931.9% 급증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경기 회복에 힘입어 연간 영업이익 35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직 상황을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 연간 투자액이 40조~50조원에 이르고 배당만 10조원을 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 연간 40조~50조원은 벌어야 현상유지가 가능하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방문해 유럽 시장을 점검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지난달 26일(현지시간)에는 독일 오버코헨에 있는 글로벌 광학기업 자이스 본사를 방문, 칼 람프레히트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과 만나 반도체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자이스는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乙)'로 불리는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에 탑재되는 광학 시스템을 독점 공급하는 또다른 '슈퍼 을'이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자이스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메모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EUV 기술과 첨단 반도체 장비 관련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이후 이탈리아로 이동, 프란치스코 교황을 개인 알현했다. 이 회장이 교황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추기경은 지난 2021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에 임명됐다. 2022년에는 추기경에 서임했다. 이 회장은 당시 바티칸 교황청을 찾아 유 추기경의 서임을 축하했다. 바티칸의 상징은 성 베드로 광장에서 지난해 삼성전자 옥외 LED 전광판 4개가 들어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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