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모(52) 씨는 B은행 경기도 남양주의 한 지점에서 지난 2021년 홍콩H지수 ELS에 가입했다. 변액보험, 펀드 등에 가입한 총액은 20억원을 넘겼다. 안전하게 관리해준다는 말에 끌려 부모님, 남편 등의 돈을 모두 투자했다. 해당 지점에서는 본인과 아버지의 계좌를 혼동해 서로 투자한 액수가 바뀌었다. 홍 씨가 묻자 안정적인 상품이라 상환이 될 것이라는 말에 그대로 뒀지만 손실은 눈덩이가 됐다. 홍 씨 모르게 ETF도 1000만원어치 가입돼 있었다. ETF의 현재 수익률은 -57%다. 홍 씨는 "지점 PB 팀장이 실적을 올려야한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부모님 돈까지 끌어모아서 가입했는데, 안전하다는 말에 속았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고위험 상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 차원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는 오는 13일로 예정됐다.
이가운데 금감원은 커버드콜ETF 등 고위험 상품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은행에서 판매된 상품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물량은 많지 않지만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다 은행을 방문한 고객 손실에 대해 좌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손실 위험을 알리지 않은 채 고객의 퇴직금 등 목돈을 운용했다면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어서다.
ETF는 고위험 상품이긴 하나 공모펀드로 배상이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증시에 상장돼 있고, 투자설명서 등을 고객이 쉽게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은행들이 고위험 상품에 대한 원금 보장 조항이 있는 걸로 알고있다"면서도 "국내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됐지만 사례별로 배상비율이 달리 책정될 수 있는 등 판단에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LS 피해자들이 은행과 금융당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길성주 홍콩지수ELS 피해자모임 위원장은 "피해자들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라고 말하길래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상품을 매수했다"면서 "상품을 판매했던 은행의 불법과 무지, 불순한 의도에 대해 커지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정부가 시행한 고위험·고난도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 보호 강화 조치가 실효성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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