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지표 세분화 건전성 제고
WACC 부채 현주소 책정 수월
"엄격한 평가 우선" 주장 제기도
금융당국이 내놓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이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국은 지난 2일 밸류업 계획을 통해 상장사 기업공시가 업종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고했다. '파두 사태'의 원인이었던 '순이익 거품'에 대한 해법이 제시된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도 금융당국이 그간 애매했던 기업가치 분석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시장 건전성 강화에 불씨를 당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안)은 다양한 핵심지표를 활용해 경쟁사와 비교하는 등 실제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뼈대다. 진일보한 공시를 통한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해소될 지는 지켜봐야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가인드라인이 구체적으로 재무지표를 세분화해 적용하고 기업지배구조 개선 상황을 자율공시 해 시장 건전성이 높아지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IPO에서 지표를 취사선택하면 실제 가치를 보다 정밀하게 책정할 수 있는 지표 활용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
증권사 IPO 주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주식발행시장(ECM) 관계자들은 주가순자산비율(PBR), 가중평균자본비용(WACC) 등 시장평가 관련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ECM에서는 PBR이 주가수익비율(PER)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봤다. 그간 IPO 시장에서는 기업가치를 책정할 때 PER를 활용했다. PER는 주가를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당기순이익이 핵심이다. 유형자산이 있다면 그나마 정확한 순익을 산출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엔 실제 회사가치를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파두 IPO 사태'는 1조원 넘는 몸값의 책정이 어떻게 됐는지가 논란이었다. 코스닥에 입성한 후 수익 전망치와 실제 값이 얼토당토 않는 괴리감을 보여 주가가 급락했다. 상장 주관을 맡았던 NH투자증권 등은 파두의 기업 가치를 책정하기 위해 브로드컴,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맥스리니어 등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브로드컴이나 마이크로칩은 순익이 조단위를 넘는다. 파두의 전망치가 수천억원에 달하지 않았다면 비교조차 어려운 기업이었다. 비교 대상 업체들의 평균 PER는 22.51배다. 파두가 이런 회사들과 비교되면서 공모가가 치솟았다.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PBR은 기업의 자산과 주가를 비교하는 지표다. 소프웨어 회사처럼 유형자산이 없고 개발 인력이 회사의 자산인 곳에 대한 가치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자본효율성 지표인 WACC도 활용 가능하다. 기업가치 책정은 상대가치와 절대가치로 나눠 평가할 수 있다. WACC는 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인 자본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값이다. 자본과 부채를 두루 고려할 수 있는 셈이다. 빚이 많은 회사에 WACC를 적용할 경우 자본구조를 들여다 볼 수 있어 투자 위험도 등 실제 가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공개된 가이드라인이 활용되기 위해선 시장 상황에 대한 엄격한 평가가 우선돼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으로 기업 공시가 명확해지면 투자자들에게 확실히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작년 하반기부터 수치를 빡빡하게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밴드 상단으로 수요예측이 되고 있다. 시장상황 따라 지표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