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팍수, 전북은행과 8월 계약만료 도래
중국계 자본·자본잠식 등 부담
외국계 거래소에 보수적 기조도
중국계 자본·자본잠식 등 부담
외국계 거래소에 보수적 기조도
최근 5위인 고팍스가 원화마켓 자격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2부 리그' 격인 코인마켓 거래소(이하 코인마켓)들의 원화마켓 진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인마켓은 코인으로만 거래가 가능한 시장이다.
예를 들어 코인마켓에서는 비트코인 등 코인으로만 비트코인, 혹은 이더리움 등 다른 코인을 사고 팔 수 있는 것이다.
코인마켓도 은행과 실명계좌 연동에 성공하면 원화마켓으로 퀀텀점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8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원화마켓 중 시장점유율 1% 미만으로 5위인 고팍스와 전북은행의 실명계좌 계약 기간이 오는 8월 중 돌아온다.
시장에서는 전북은행과의 실명계좌 계약 갱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계 거래소 바이낸스가 현재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지분 72.26%(지난해 말 기준)를 보유한 대주주인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대주주 적격성을 이유로 들어 가상자산사업자(VASP) 변경승인을 1년 넘게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은행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의 '눈치'가 보일뿐 아니라 스트리미의 재무구조가 개선 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 2022년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운용 서비스 '고파이' 자금을 운용하던 제네시스캐피탈이 도산하면서 고팍스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말부터는 가상자산 거래 활성화에 힘입어 월 기준 흑자를 기록하고는 있지만 지난해 연간 당기순손실은 여전히 514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스트리미의 부채총계는 1184억원으로 자산총계(173억원)보다 많아 자본총계가 마이너스(-)1011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가상자산거래소가 원화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고팍스와 전북은행의 실명계좌 계약이 만료될 경우 원화 거래는 중단된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이 고팍스 대주주 변경 승인을 1년 넘게 미루면서 암묵적으로 의사를 표명한 데다가, 무엇보다 고팍스의 재무 개선 가능성이 낮다는 점 때문에라도 전북은행이 실명계좌 계약을 연장하기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원화 거래 기능을 잃게 되면 시장 점유율이 더 미미해지기 때문에 사실상 올해 말 VASP 갱신 여부는 의미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외국계 가상자산거래소인 크립토닷컴의 한국 진출을 암묵적으로 보류하는 등 외국계 거래소의 진입에 대한 보수적인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도 고팍스 측에는 불리하다는 분석이다.
크립토닷컴은 지난 2022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오케이비트 지분 100%를 인수, 당초 지난 4월 29일 크립토닷컴 코리아 플랫폼을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자금세탁방지 현장점검에 나선 이후 현재 국내 서비스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한편 코인마켓들은 고팍스가 실명계좌 연장 실패로 5대 원화마켓 체제에 공석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벌써부터 기대감을 키우는 분위기다. 코인마켓은 원화로 코인 거래가 가능한 원화마켓과 달리 코인 간 거래만 지원해 원화마켓 대비 거래대금 규모가 현저히 작은 시장이다.
FIU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상반기 기준 코인마켓 사업자로 등록된 21개사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억원 수준으로 원화마켓(2조9000억원)의 0.1% 수준에도 못미친다.
최근 국내 코인마켓 중 하루 거래량이 확인되는 곳은 △포블게이트 △플랫타익스체인지 △지닥 △비블록 △한빗코 정도다. 크립토닷컴이 인수하면서 지난달 서비스를 종료한 오케이비트를 제외하더라도 BTX, 프로비트, 후오비코리아, 캐셔레스트, 텐앤텐, 코인빗 등이 사실상 영업중단 상태다.
하지만 원화 거래가 가능해진다면 거래대금 규모가 현 상황 대비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코인마켓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원화거래소 한 곳이 빠지면 그동안 안전하게 운영돼온 코인마켓을 원화마켓으로 전환해주는 것이 합리적인 시장 질서를 만드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면서 "최근 가상자산 시장 붐이 다시 시작되면서 은행 측에서 코인마켓 중 규모가 큰 한 두개 거래소에 먼저 접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은행 입장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있는 코인마켓과의 실명계좌를 통한 원화 입출금 서비스 업무 제휴가 새 먹거리가 될 수도 있다.
일례로 지난 2020년 6월 업비트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케이뱅크의 경우 가상자산 호황기였던 2021년 한해 동안 수신잔액이 세 배 이상 늘었고, 수수료 수익 등을 통해 200억원에 가까운 비이자이익을 낸 바 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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