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신규 수주 소식을 전하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 조선사들의 1분기 선박 건조량이 지난해 대비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숙련도가 떨어지는 현장 외국인 노동자들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게 주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주요 조선업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하는 안전사고를 예방하면서 동시에 노동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어려운 숙제에 직면해 있다.
9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한국 조선사들의 신조선 건조(인도)량은 248만CGT(표준선환산톤수)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5.7%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기간 글로벌 선박 건조량은 872만CGT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4.2% 상승,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조선업계에서는 선박 수주 등으로 일감이 늘어났지만, 작업 속도가 따라주지 못하면서 건조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현재의 일감확보 수준과 인도예정량 등을 감안하면 월평균 최소 90만CGT의 건조량이 필요하나 1분기 실적으로는 부족한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대형 조선소들의 가동률이 상승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인력 비중이 늘면서 발생하는 작업 효율성 저하가 주 요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조선 사업부문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말 기준 81.3%를 기록했는데, 이는 1분기(76.2%) 대비 5% 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도 90%에서 97%로, 한화오션은 96.4%에서 97.1%로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숙련도가 떨어지는 외국인 인력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생산 시스템을 안정시키기 까지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8월까지 조선소 현장에 투입된 외국인 인력은 83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양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 비중이 높아진 생산현장의 시스템이 조속히 안정화되고 고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건조속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설명했다. 선박 건조 실적 저하는 생산력과 직결되는 만큼, 조선소의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 최근 물량이 늘어나면서 협력업체에서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납기를 못 맞추게 되면 인도 지연 보상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조선소 입장에서는 손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이상현기자 ishsy@dt.co.kr
1분기 국내 조선소들의 선박 건조량이 지난해 대비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조선소에서 숙련공이 일하는 모습.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