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98%…34개국 중 여전히 1위
기업부채 비율 123%·4위…정부부채 비율 47.1%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가계의 빚(부채)이 경제 규모(국내총생산·GDP)를 밑돌았다. 3년 반 만이다. 빚 거품이 다소 꺼진 것이다. 가계부채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21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오르는 등 통화 긴축이 계속됐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멈춘 배경으로 해석된다.
다만 기업 부채는 여전히 GDP의 1.2배를 넘어섰다. 경제 규모 대비 주요국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규모다.
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한국(98.9%)이 가장 높았다. 이어 홍콩(92.5%)·태국(91.8%)·영국(78.1%)·미국(71.8%) 등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2020년 이래 4년 넘게 세계 최대 가계부채 국가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이래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 이번 집계에서 한국 가계부채 비율은 90%대까지 내렸다. 2020년 3분기(100.5%) 100%를 뚫고 올라간 뒤 3년 반 만이다. 정점을 찍었던 2022년 1분기(105.5%)보다는 6.6%포인트(p)나 낮은 수준이다.
1년 전과 비교해 한국 가계부채 비율 내림 폭(-2.6%p·101.5→98.9%)도 홍콩(-3.8%p·96.3→92.5%), 영국(-3.5%p·81.6→78.1%), 미국(-2.8%p·74.6→71.8%)에 이어 네 번째로 컸다.
앞서 지난해 8월 이창용 한은 총재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가면 경제 성장이나 금융안정을 제약할 수 있는 만큼 현재 100% 이상인 이 비율을 90%를 거쳐 점진적으로 80%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1차 과제는 일단 달성했다.
IIF는 보고서는 "세계 부채 규모가 올해 1분기 1조3천억달러 늘어 사상 최대인 전체 315조달러(GDP의 333%)를 기록했다"면서 "증가의 주요 원인은 중국·인도·멕시코 등 신흥시장 때문인데, 반대로 한국·태국·브라질의 경우 총부채 규모(미국 달러 환산)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 부채 증가세는 뚜렷하게 꺾이지 않고 있다. 1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비(非)금융 기업의 부채 비율은 123.0%다. 1년 전과 같은 수준이다. 한국보다 비율이 높은 곳은 홍콩(261%)·중국(170.6%)·싱가포르(127.2%)뿐이다.
GDP 대비 우리나라 정부 부문 부채 비율은 47.1%다. 주요국 중 22위로 중하위권이다. 경제 규모와 비교해 정부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231.0%)이다. 이어 싱가포르(172.0%)·미국(120.0%)·아르헨티나(117.7%) 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