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테라바이트 가량 자료 유출
2년 넘도록 알아채지도 못해
최초 침입 시점·경로 못밝혀
"공공부문 전면 재점검" 요구
2년 넘도록 알아채지도 못해
최초 침입 시점·경로 못밝혀
"공공부문 전면 재점검" 요구
![[기획] 뭘 털린지도 모르는 `北 해킹` 법원](http://contents.dt.co.kr/images/202405/2024051302100131081001[1].jpg "[기획] 뭘 털린지도 모르는 `北 해킹` 법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지난해 말 불거진 법원 전산망 해킹·자료유출 사건을 국가정보원, 검찰과 합동 조사·수사한 결과를 지난 11일 공개했다. 북한 정찰총국 소속 '라자루스'로 추정되는 해커조직이 개인정보가 담긴 법원 자료들을 악성프로그램을 통해 법원 전산망 외부로 빼갔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총 1014기가바이트(GB) 규모의 법원 자료가 법원 전산망 외부로 전송됐다. 해커조직의 침입은 2021년 1월 7일 이전부터 2023년 2월 9일까지 이뤄졌으며, 당시 보안장비의 상세기록이 이미 삭제돼 최초 침입 시점·경로 등은 밝혀내지 못했다.
유출 사실이 확인된 자료도 개인회생 관련 문서파일 5171개(4.7GB)뿐으로, 이는 전체 유출 자료의 0.5%에 불과하다. 해당 문서파일은 자필진술서, 채무증대 및 지급불능 경위서, 혼인관계증명서, 진단서 등이다. 여기엔 이름, 주민등록번호, 금융정보, 병력기록 등 개인정보가 다수 포함됐다.
해커조직은 발각될 때까지 2년여 동안 국내 서버 4대와 해외 서버 4대를 경유해 자료를 전송했는데, 이를 역추적해 서버 1대를 복원함으로써 해당 문서파일들의 유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나머지 유출 자료는 어떤 종류인지조차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공공부문에서 국민의 정보가 이만큼 유출됐음에도 파악조차 안 된다는 건 큰 문제다. 이런 개인정보들은 인증정보 등과 관련돼있어 2차공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향후 경제나 국가안보에 악영향을 끼칠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민간부문에서 주로 일어났던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공공부문에서 잦아지고 있다는 점을 더욱 심각하게 여기고 보안태세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2월 사법부 전산망 공격 사태를 인지하고도 수사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자체 보안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11월 말 해킹 사실이 보도되자 12월 초 경찰청·국정원·검찰청이 합동조사에 착수했다. 그 사이 서버에 남아있던 유출자료들이 지워졌다. 북한 소행이라는 수사기관 발표가 나오자 법원행정처는 지난 3월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으로 악명을 떨친 라자루스 조직이 해킹으로 벌어들이는 암호화폐 등 자금은 북한 핵무기 개발과 정권 유지 등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들은 국내 공공·금융기관 등 홈페이지 공동인증서 로그인 시 쓰이는 국산 보안인증 소프트웨어(SW)의 취약점을 악용해 해킹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기도 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공공시스템을 인터넷망과 단절시키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수준의 망분리를 하고 있음에도 이런 큰 사고가 이어지는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쯤이면 보안에 좀 소홀해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다"며 "2년 넘게 해킹 사실을 몰랐다면 그동안 실시했던 보안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보안의식부터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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