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카드사들의 건전성 관리에 경고음이 켜졌다. 고금리 장기화 속 높아진 금리 여파로 카드대금이나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중·저신용자들이 늘면서 실질 연체율이 2%를 넘겼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BC·우리·롯데) 중 실질 연체율이 2%를 웃돈 곳은 하나카드(2.3%), 우리카드(2.28%), 국민카드(2.14%)였다. 실질 연체율은 대환대출을 포함한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의 비율을 말한다.
하나카드의 실질 연체율은 전년 말(1.99%)보다 0.31%포인트(p) 악화하며 가장 높았다. 우리카드와 국민카드는 3개월 사이에 0.28%p씩 증가했다. 올 1분기 롯데카드(1.94%)와 신한카드(1.82%)도 2%에 근접하면서 건전성 지표가 크게 악화한 상황이다. 특히 비씨카드의 경우 올 1분기 487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전년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건전성은 놓쳤다. 비씨카드의 연체율(1개월 이상 기준)은 불과 3개월 새 0.55% 상승한 2.08%로 집계됐다.
카드업계에서는 통상 연체율이 2%대에 진입하면 위험 수준으로 본다.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인해 카드론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이 '빚내서 빚을 갚는' 대환대출 등에 몰리면서 연체율이 치솟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환대출 시 신용등급은 떨어지면서 기존 대비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3월 말 기준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전년 말(1조6273억원)보다 1533억원 늘어난 1조7806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2%를 넘긴 곳이 있었다. 고정이하여신은 전체 대출 중 3개월 이상 연체가 지속한 부실채권을 말한다.
BC카드의 NPL은 올 1분기 기준 2.23%로 전년 말(2.16%) 대비 0.07%p 악화했다. 그 다음으로 △롯데카드(1.76%) △하나카드(1.47%) △신한카드(1.39%) △국민카드(1.35%) △우리카드(1.2%) △삼성카드(0.85%) △현대카드(0.70%) 순으로 높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중심으로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며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고 업황이 좋지 않은 저축은행이 대출 벽을 높이면서 급전 마련을 위해 카드사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