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최고위원이 26일 종합부동산세의 '총체적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 최고위원은 전날 밤 페이스북 글에서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20년을 버텨온 종부세를 이제는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치열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총체적인 재설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종부세 재설계 주장에 반발이 이어지자 정면돌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고 최고위원은 "종부세는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성역으로만 여기지 말아야 한다"며 "젊은 세대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게 하기 위해 어떤 제도 설계가 필요한지 실용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은 종부세를 목숨처럼 생각하면서도 그 경계를 허무는 데 있어 주저함이 없었다"며 "결국 종부세는 여러 예외 조건과 완화 조치로 조세 부담의 형평성 제고, 지방 재정의 균형발전이라는 목적을 이루기에는 누더기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은 시장재 역할을 하는 곳에는 투기 행위를 근절시키고, 필수재 역할을 하는 곳에는 조세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달 초 박찬대 원내대표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실거주용 1주택 종부세 폐지론'을 언급해 파장이 인 데 이어 당 지도부에서 한 번 더 종부세 완화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 당내 일각에선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강경파 지지층 일각선 "고 의원은 당을 떠나라"는 공격까지 나왔다.
최민희 당선인은 페이스북에 "만일 종부세의 역기능이 컸다면 이유가 뭔가를 따져 봐야 할 것"이라며 "종부세 도입 자체가 문제였는지, 종부세 기준 등 운용을 잘못 정한 건지, 시기적으로 부동산 폭등 시기에 공시지가 현실화와 종부세를 동시에 실행한 문제 등이 원인인지 정말 꼼꼼히 따져봐야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친명 성향 유튜버인 김용민씨도 자신의 SNS를 통해 "고민정 같이 정치가 쉬운 사람이 민주당에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고 의원을 직격했다.
이후 논란이 확산됐고, 고 의원의 페이스북 등에는 "국민의힘으로 가라", "분탕질 하지 마라"는 등의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종부세 폐지를 당론으로 추진했지만 민주당 반대로 진통을 겪고 있다. 조해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종부세 존폐 논란의 본질은 '부자 증세냐 감세냐'가 아니라, 최종 담세자(세금을 부담하는 사람)가 부동산 약자, 조세 약자들이란 모순된 결과"라며 "징벌적, 약탈적 종부세, 담세전가에 대한 차단조치가 없는 종부세는 폐지돼야 한다. 그것이 부동산 약자, 조세 약자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말했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오른쪽)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