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도 기업도 투자이민에 나서고 있다. 지난 한해 해외금융투자 자산이 172조원 넘게 증가했다. 국내 자금이 해외로 빠져 나간 것이다. 투자는 미국에 집중됐다. 나스닥에 대한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반면 한국향 외국인 금융투자는 늘긴했지만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런 현상은 올해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공개한 '2023년 지역별·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 잔액은 2656조1700억원(1조9116억달러·외환보유액 제외)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 대비 172조8500억원(1244억달러) 증가했다. 대외금융자산이란 한국인이 외국의 금융상품을 사거나 기업이 해외에 직접투자한 돈의 총합을 나타낸다.
투자는 미국에 몰렸다. 대외금융자산은 작년 말 기준 1117조9900억원(8046억달러)이다. 전체 42.1% 비중을 차지했는데, 지난 2022년(38.6%) 대비 3.5%포인트(p) 상승했다. 이어 EU(2528억달러·13.2%), 동남아(2485억달러·13.0%) 등 순이다. 여타지역에 대한 투자 비중은 전년대비 대부분 줄었다.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대외금융부채(외국인의 국내 투자) 잔액은 2113조9900억원(1조5214억달러)으로 전년보다 155조1200억원(1116억달러) 늘었다. 국내 유입된 자금보다 빠져나간 돈이 17조7900억원(128억달러) 많았던 셈이다.
박성곤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대미국 금융자산이 늘어난 것은 금융자산 내 비중이 가장 큰 증권 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미국 주가 상승률도 상대적으로 높았다"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영향으로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미국 내 해외공장 투자도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중 금융자산이 줄어든 것은 중국 내 외국인 투자 여건 악화와 중국주가 하락, 대중 수출 부진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미국 등 해외로 향하는 투자이민은 올해 계속되고 있다. 1분기 대외금융자산은 2713조9700억원(1조9532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말에 비해 57조8000억원(416억달러) 늘었다. 증권투자는 1250조5500억원(9000억달러)을 넘어섰다. 주식투자가 3개월 만에 57조8000억원(416억달러) 늘어난 923조1800억원(6644억달러)을 기록하면서 전체 지표를 밀어 올렸다. 부동산을 사들이거나 공장을 짓는 등 해외 직접투자는 줄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