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플랫폼'을 검색하면 이렇게 나옵니다. '구획된 땅'(plat)과 '형태'(form)라는 의미의 영단어가 합쳐져 형성된 단어, 즉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공간. 현대에서 플랫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산업이자, 동시에 모든 분야의 산업에서 미래 생존을 담보하는 키워드로 떠올랐습니다. 말 그대로 플랫폼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살 수도, 죽을 수도 있는 시대입니다. 연재 시리즈 '전혜인의 폼생폼사'를 통해 우리 일상을 구성하는 수많은 플랫폼과 그를 둘러싼 이슈들을 전달합니다. [편집자]
네이버의 웹툰 자회사 웹툰엔터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나스닥 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네이버 자회사에서도, 전 세계 웹툰 플랫폼 중에서도 미국 증시에 상장한 것은 이번 웹툰엔터가 처음이다.
웹툰엔터는 네이버웹툰 네이버시리즈를 비롯해 일본 라인망가, 미국 왓패드 등 네이버의 웹툰·웹소설 서비스 기업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웹툰엔터의 상장으로 네이버와 함께 웹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카카오의 웹툰 관련 자회사들도 상장에 나설 수 있다는 관심도 집중된다. 카카오는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타파스를 운영하는 카카오엔터와 일본 플랫폼 픽코마를 보유한 카카오픽코마를 자회사로 갖고 있다. 양쪽 모두 상장 가능성이 여러 차례 거론돼 왔으나,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 변화로 상장 절차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웹툰 시장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당시 급증하는 수요에 따라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나 지난해부터는 시장이 다소 정체되고 있다. 웹툰엔터가 상장을 진행하며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용자 1명당 월평균 결제액(ARPPU)은 지난 2022년 1분기 7.8달러에서 2023년 1분기에는 11달러로 뛰었으나, 올해 1분기에는 11.5달러로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월간활성이용자(MAU) 역시 올해 1분기 1억7000만명으로 지난 2022년 1억6700만명에 비해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유료 결제 이용자 수는 2022년 3분기 840만명을 기록한 이후 오히려 소폭 줄어 700만명대 후반에서 정체해 있다.
'웹툰 종주국'인 국내에서도 시장 둔화세가 관측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네이버웹툰, 네이버시리즈, 카카오페이지, 카카오웹툰 등 국내 주요 웹툰 플랫폼의 총 이용시간(안드로이드 기준) 지난 4월 기준 9949만시간을 기록하며 1년 전보다 11.2% 줄었다. 지난해에도 이미 전년 대비 6% 수준 줄어들었는데 이보다 감소폭이 더 커진 것이다.
웹툰 플랫폼들은 시장이 다소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타 장르와의 시너지 효과를 꾀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를 기반으로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가운데 절반이 네이버웹툰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게임 시장이나 웹툰에 삽입되는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등 음원 시장까지 그 영향력이 더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이들 플랫폼들은 현지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지 문화와 취향에 녹아들 수 있는 현지 크리에이터를 발굴해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네이버웹툰은 북미·유럽·동남아 시장에서는 캔버스를, 일본에서는 인디즈라는 이름의 신인 작가 발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도 북미 플랫폼 타파스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아마추어 공모전을 진행하며 현지 신작을 발굴하고 있다. 현지 작품을 기반으로 하는 IP 사업 역시 적극적이다.
네이버웹툰은 북미에서는 지난 2021년 설립한 영상제작 자회사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북미 웹툰 '로어 올림푸스'와 '프리킹 로맨스', 왓패드 웹소설 '호크' 등 유력 헐리우드 제작사와 협업하며 100여개 영상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카카오엔터 북미 플랫폼 타파스의 로맨스 웹소설 공모전 '트루 러브 온 타파스' 당선작 표지. 카카오엔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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