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4·10 총선 당시 김건희 여사가 보낸 문자를 '읽씹'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해명했다. 김 여사가 '사과를 하겠다'아니라 '사과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는 것이다. 당권 레이스에서 '김 여사 문자' 논란이 진실공방으로 번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후보는 5일 KBS '사사건건'에 나와 지난 1월 '김 여사 문자를 받았냐'는 질문에 "저한테 저 얘기를 무리하게 뒤집어 씌우려 한다"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어 "문자 내용이 재구성된 것"이라며 "실제로는 사과하기 어려운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마치 '제가 사과를 허락하지 않아서 사과하지 않은 것'이라는 건 너무 무리하고 팩트에도 맞지 않은 얘기"라고 못 박았다.
한 후보는 "1월에 이미 제가 사과 요구를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한 상태"라며 "그 이후에도 용산 대통령실에 제가 공적인 통로를 통해서 강력하게 사과를 해야 한다라는 뜻을 계속 전달하고 있던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평생 공직생활하면서 어떤 사적 관계라든가 이런 영역이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데서는 전혀 관여되지 않아야 한다라는 강한 소신을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 후보는 앞서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동행식당 현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이 시점에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는 지 의아하다"며 "문자가 재구성됐고, 내용이 조금 다르다. 제가 쓰거나 보낸 문자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낀 바 있다.
한 후보가 기존에 제기된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의혹은 명품백 수수 논란이 불거졌던 김 여사가 1월 한 후보에게 '대국민 사과를 포함한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며 검토해달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냈는데, 한 후보가 이에 답장하지 않았다는 데에서 출발했다. 이는 전날 CBS라디오 방송을 통해 제기됐다.
나머지 주자들은 일제히 방송에 근거해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한 후보의 불화설을 더욱 키우며 협공에 나섰다. 특히 이들은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진두지휘한 한 후보의 잘못된 대처가 결국 총선 패배로 이어진 것 아니냐며 책임론을 띄우는 데 주력했다.
원희룡 후보는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후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왜 독단적으로 (김 여사 사과 의사를) 뭉갰는지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 불리한 선거 여건을 반전시킬 결정적인 시기를 놓쳤다"며 "선거를 망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후보도 "이 부분(명품백 문제)에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는 건 국민의힘 모든 구성원의 숙제였다"며 "그런데 어떤 논의도 없이 혼자 판단한 것은 상당히 정치적으로 미숙했다"고 지적했다.
윤상현 후보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런 신뢰 관계로 어떻게 여당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발언하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4.7.5
saba@yna.co.kr/2024-07-05 15:06:04/<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