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씨(더불어민주당 전 의원)는 녹음이라도 틀었는데…던져놓고 넘어가는 방식의 구태 정치는 그만둬야 한다".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한동훈 후보로부터 제21대 국회 시절 법사위에서 민주당 강경파 의원 모임 '처럼회' 소속으로 '현직 대통령·법무장관의 청담동 심야 술자리 의혹' 공세를 폈던 김의겸 전 의원만도 못하다는 비유를 들었다. 여당 당권주자 간 두번째 방송토론은 '한동훈 총공격'을 방불케 했고, 색깔론 공세가 친인척에게까지 향했다.
11일 MBN 주관으로 진행된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권주자간 두번째 토론회에서 원희룡(왼쪽) 당대표 후보가 자신의 주도권토론에서 발언 후 한동훈(오른쪽) 후보로부터 답변을 듣고 있다.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자 간 2차 토론회에서 원희룡 후보는 한동훈 후보를 향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사천(사적 공천) 논의 공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정작 거명한 인사들은 '이모 서기관'(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과 '강모 변호사'(강세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로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다가 취소됐거나 후순위로 변경된 이들이어서 '공천 논의를 함께 한 주체'인지, '사적 관계'가 있는지도 불분명했다.
한 방송에서 나온 "가장 가까운 가족과 인척"이라던 원 후보의 발언을 한 후보가 "본인 입으로 저의 제일 가까운 가족, 처(아내)가 공천에 개입했다고 했는데 근거를 말해보라"고 추궁했다. 원 후보는 "도저히 한 후보 가족을 포함한 측근들의 관여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공천이 자행됐다. CBS에 같은 내용이 5월에 보도됐고 다른 근거도 갖고 있다"고 "비례명단이 중간에 바뀌기도 기준과 절차에 대해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주장하는 데 그쳤다.
한 후보가 "제 처가 (공천에) 관여한 게 어느 부분인가"라고 다시 물었다. 원 후보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지금 얘기하면 다 가까운 분들인데 증거 조작할 거 아니냐"며 토론회 2회째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수사를 촉구하듯 "객관적인 당무 감찰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반복했다. 한 후보는 "아무런 근거 없이 말씀하시고 있는데 김의겸씨는 녹음이라도 틀었다. 원 후보가 더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냥 뇌피셜(뇌내망상 + 오피셜)"이라고도 말했다.
원 후보는 토론회 초입 자기소개부터 한 후보를 겨냥해 "여론조성팀·사천·김경율 금융감독원장 추천, 이 3대 의혹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책임지겠냐"고 몰아세웠다. '여론조성팀'은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을 비방하는 '댓글팀'이 운용된다는 의혹에 '오해'라고 해명한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난 뒤 주체가 바뀌어 거론되기 시작했고, 금감원장 추천설은 김경율 회계사의 여당 비대위원 합류 한참 이전인 '정권 초기' 시점과 연루됐다.
한 후보는 자신이 김 회계사를 금감원장에 추천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히면서 "제가 누가 추천했는지 안다"고도 했다. 각각의 의혹을 모두 부인한 그는 "한 적 없다. 허위사실 유포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이어 원 후보에게 근거를 요구하면서 "CBS 기사를 말씀하셨는데 그게 원후보가 가진 자료인가"라며 "원 후보가 말한 2명(이씨·강씨)이 '제 처와 아는 사이다, 일면식이라도 있다' 그러면 제가 정계 은퇴하겠다"고 선언, '거짓이면 어떻게 책임질지'를 추궁했다.
원 후보가 "저 책임을 지겠다"고 답하자 한 후보는 "어떻게 책임을 질 건가", "상응하는 책임이 대체 뭔가"라고 재차 따졌지만 소극적인 답변이 반복됐다. 원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에선 "제 주도권입니다" 하며 한 후보의 답변과 이의제기를 막았지만, 한 후보의 주도권 토론 순서에선 질문받지 않고도 한 후보의 발언에 끼어들어 동시에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한 후보의 중단 요청도 무시한 채 발언을 이어나가던 원 후보는 사회자로부터 두차례 제지받기도 했다.
국민의힘 나경원(왼쪽부터) 원희룡, 한동훈, 윤상현 당 대표 후보가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제2차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외의 경쟁자들도 한 후보에게 공격을 집중했다. 나경원 후보는 지난해 9월말 국회 체포동의안이 간발의 표차로 넘어갔지만 법원에서 기각시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표 구속영장을 두고 '한동훈 법무장관 책임론'을 꺼냈다. 당시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된다"면서도 경기도-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공모 의혹과 성남 백현동 아파트 특혜개발 등 혐의엔 '정당 대표'직 등을 고려해 기각한다고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나경원 후보는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으로서, 또 법무장관으로서 성과가 없었다며 "왜 이재명 전 대표가 구속이 안 됐는지"라고 했다. "당시 국회에서 체포 동의요청서를 헌정사상 처음으로 법무장관이 장황하게 읽고 우파들은 시원하게 생각했지만 (야당에서) 피의사실 공표가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며 "영장이 왜 기각됐냐"고 따졌다. 한 후보는 "영장은 사법부 판단"이라며 "같은 당인데 (체포동의요청서 낭독을) '장황하다'고 말씀하시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나경원 후보는 "전략이 없었던 것 아니냐"며 "(영장 기각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도 영향을 줬다"고 연결지었다. 한 후보는 검찰도 자신도 영장 발부가 될 것으로 봤다고 밝혔는데 나 후보는 "영장을 발부할 자신이 없었으면 불구속 기소를 했어야 한다"고 했다. 한 후보가 "이 전 대표가 구속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하냐"고 반문하자 나 후보는 극구 부인하며 "말꼬리 잡지 말라"고 했다. 한 후보도 "구속 사유가 차고 넘치면 청구해야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윤상현 후보도 한 후보를 상대로 "보수의 정체성을 자꾸 의심한다"며 보수 정부 인사들 수사를 문제삼았다. 한 후보는 검찰에서 징역 30년을 구형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사과했냐는 질문엔 즉답하지 못했지만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윤상현 후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정점으로 지목됐던 비리·안보 사건 수사가 전부 문 전 대통령 앞에 멈춰섰다며 한 후보를 추궁했다. 한 후보는 법무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행사 중단이 윤석열 정부 공약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후보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의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 어렵게 검찰 수사가 시작됐단 점을 강조했다. 이원석 검찰총장과 가까운데도 수사 성과를 못 냈다는 지적을 윤 후보가 반복하자 '친소관계'를 지나치게 강조한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2월 '제 검사 인생의 화양연화는 문재인 정권 초반기 수사들' 발언도 윤 후보가 도마 위에 올렸는데, 한 후보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 질의('법무장관이 민주당에 적개심을 가졌다' 등)를 받아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야당 인사 수사·구속 여부를 정체성 감별 잣대로 삼는 질문 직후, 윤 후보는 "이조(이재명·조국) 심판같은 프레임이 잘못됐다고 느끼냐"고 총선 당시 구호를 문제삼았다. "만약에 허물이 있다면 드러낼 용기가 있어야 한다"며 전대 개최 이전 총선백서 발간 동조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 후보는 "지난 3월 이종섭 사태 이후 정권심판론으로 인해 우리가 어려웠을 때 맞불을 놓을 만한 구호가 필요했다"고 해명한 한편 총선백서특위 관계자들에 대해선 정략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원 후보는 한 후보에 대해 비대위원장 시절 당내·보수 인사들과 불통이었다며 "김경율이나 진중권(광운대 특임교수)같은 정의당·참여연대 (출신)인사들과는 (소통이) 활발하다"고 꼬집었다. 한 후보는 원 후보가 오히려 '김경율·진중권과 소통'을 활발히 했었다고 받아쳤다. 원 후보는 탈운동권·좌파 전향인사 합류 단체인 대안연대, 민주당 비주류 원로 유인태 전 의원, 나꼼수 출신 좌파방송인 김어준씨까지 거론하며 '한 후보를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고 문제삼았다.
한 후보는 "김어준이 저를 지지한다고?"라고 누차 되물으며 헛웃음을 보였다. 원 후보는 "민청학련(박정희 정부 긴급조치 4호 대상, 용공조작 사건) 주동자인 이모부(이근성씨) 계시지 않느냐. 통일혁명당 신영복 추모사와 기념사에 앞장섰고 좌파 언론 본거지 '프레시안' 설립자이면서 그 분이 이해찬 전 총리와 함께 민청학련 세대의 대부 역할을 했다"며 "장인 어른(진형구 전 대전고검장)도 검찰 경력이 있지만 민주당(총선 출마 이력) 분"이라고 친인척까지 끌어들였다.
대부분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를 비롯한 커뮤니티, 친(親)용산 보수유튜버들의 주장을 답습한 의혹으로 분석된다. 한 후보는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어디서 나온 거냐"라며 "원 후보야말로 극렬 운동권 (출신) 아니냐. 저는 운동권 출신인 적이 없다"면서 "20년 동안 한 번도 뵙지도 못한 이모부 얘기를 꺼내느냐. 어떻게든 좌파몰이를 하려고 한다"고 받아쳤다. 원 후보는 한 후보와 이모부의 관계에 놀란 반응을 보인 한편 "(나는) 성찰하고 성숙한 운동권이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