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자영 알뜰주유소가 유류세 인하 조치 전에 기름값을 미리 높이고, 인하 이후에 상대적으로 적게 올리면서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응하는 듯한 꼼수를 써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한국석유유통협회는 15일 "자영 알뜰주유소가 유류세 인상 전 약 2주간에 걸쳐 미리 가격을 대폭 올려놓고 7월 1일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소폭 올리는 꼼수를 동원해 정부 시책에 부응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석유공사 인센티브로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휘발유의 경우 기존 25%에서 20%로, 경유는 37%에서 30%로 각각 축소했다. 그 결과 휘발유는 리터당 41원, 경유는 38원 가격이 올랐다.
정부는 대신 유가 인상을 자제한 자영 알뜰주유소에 대해서는 한국석유공사를 통해 리터당 14원의 석유제품 공급가격 인하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협회는 자영 알뜰주유소가 유류세 조정 발표가 나오기 전 가격을 미리 올렸다고 주장했다. 유류세 조정 발표가 나온 지난달 17일부터 조정 직전인 같은 달 30일까지는 국제유가가 완만하게 상승한 시기였음에도 자영 알뜰주유소가 일반 주유소보다 휘발유와 경유의 평균 판매가격을 더 올렸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유류세 조정 전인 6월 30일과 1주일 후인 이달 7일의 자영 알뜰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평균 19.13원, 경유는 19.02원 각각 인상됐다. 일반 주유소의 경우 휘발유는 리터당 31.11원, 경유는 리터당 32.17원가량 올라 알뜰주유소보다 가격 인상폭이 더 컸다.
협회는 여기에 '착시'와 '꼼수'가 숨어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유류세 조정 발표가 나온 6월 17일과 7월 7일까지 평균 석유제품 판매가격을 비교하면, 일반주유소의 경우 휘발유는 리터당 52.98원, 경유는 57.08원이 각각 인상된 데 비해 같은 기간 자영 알뜰주유소는 휘발유 58.52원, 경유 63.96원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주유소가 일반주유소보다 먼저 가격을 더 큰 폭으로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협회는 이를 근거로 '알뜰주유소가 가격 인상을 자제했다'는 산업부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자영 알뜰주유소가 석유공사 공동구매로 일반주유소보다 리터당 40~100원 정도 싸게 공급받으면서 시설개선지원금과 각종 금융과 세제 혜택에 연평균 최대 5000만원에 달하는 인센티브까지 온갖 특혜성 지원을 받는 것도 모자라, 국민을 기만하고 시장을 교란하는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관리 감독을 철저히하고 공정하게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며 "정부는 경영난으로 휴폐업이 일상화된 1만여 일반주유소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석유유통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알뜰주유소 확대 방침을 철회하고 알뜰주유소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