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가 실종된 국회에 또다시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5일 쟁점 법안 밀어붙일 태세고 국민의힘은 최장 7박 8일간의 필리버스터로 맞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나쁜 법안들을 처리하려 한다"며 "오로지 민주당의 당리당략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망쳐놓겠다는 이러한 악법들을 결코 수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위기극복 특별조치법) 등을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이들 법안을 밀어붙였다. 방송4법의 경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법사위를 이미 통과해 본회의에 올라간 상태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내놨지만 당정이 이에 난색을 표하면서 방송4법은 본회의 처리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노란봉투법은 전날 민주당 주도로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고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도 야당 단독으로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처리됐다. 민주당은 24일 열릴 법사위에서 노란봉투법과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처리하고 본회의에 올릴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본회의 개최를 위한 법안 강행 처리에 힘을 쏟으면서 여야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의사일정은 원내수석 간 협의에 의해 최종적으로 정해질 것 같다"면서도 "(민주당이) 각 상임위원회에서 무리하게 단독으로 밀어붙여서 강행 처리된 법안이 본회의에 올라오면 필리버스터로 대응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추 원내대표는 "모두 다 각 상임위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밀어붙인 일방독주, 입법폭주"라면서 "민생을 망치는 나쁜 법들에 맞서 국민과 함께 총력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 7박8일 동안 필리버스터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회법을 보면 필리버스터는 종결 동의안이 제출된 경우 24시간 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강제로 종료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방송 4법 등 7개 법안에 최소 24시간씩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절대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만큼 법안 통과가 지연될 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외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 악순환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국회 정문 입구에 설치된 일방통행, 좌회전금지 교통 표지판 너머로 본청이 보인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