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세입자가 강아지를 몰래 키우는거 같아요"라는 제하의 게시물이 지난 13일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은 이틀이 채 지나지 않은 이날 오전 1시 56분 기준, 7만1597 조회수를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게시물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톡커들의 선택 랭킹'에 배치됐다.
게시물 작성자인 집주인 A씨는 "(제가) 살던 아파트를 전세 주고 저는 다른 지역 아파트로 전세 들어와있다"며 "오늘 살던 아파트 근처에서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갔다가 우연히 우리 세입자가 웬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걸 봤다"고 운을 뗐다.
A씨는 "카페에서 커피 마시다가 봤는데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나중에 안 키운 척 발뺌할까 봐 곧장 나가서 불렀다"면서 "계약할 때 강아지, 고양이 금지시켜뒀었고 애완동물 안 됨을 말로도 했었고 분명히 동물 안 키운다고 들었었다"고 자신의 세입자가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혹시 ○○호 세입자 분 아니시냐'고 (세입자에게) 말을 걸었더니 화들짝 놀라시더라. 강아지 키우시는 거냐고 물어보니 잠깐 맡아주고 있는 거라고 하더라"며 "잠깐도 안 된다 계약할 때도 말씀드렸지 않냐 했더니 '죄송합니다'라고만 말씀하시며 (어딘가로) 가려고 하시더라"고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입자가) 저보다는 더 연배가 있으신 아주머니신데 제 느낌상에는 본인 강아지인 거 같았지만 잠깐 맡아주는 거라는 말에 할 수 없이 강아지 키우지 마시라고만 말하고 보냈다"며 "근데 생각해보니까 뭔가 확인이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A씨는 "무작정 집에 찾아가서 확인하겠다 할 수도 없고요. 집주인이 집 좀 확인하겠다 하면 대부분 세입자는 허용해주지만 거절하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한다"면서 "제 느낌에는 세입자분이 키우는 강아지인 거 같다"고 했다.
특히 그는 "만약 세입자의 강아지라면 나중에 전세 기간 끝나고 집 확인하러는 가겠지만 그때 가서 강아지가 망가뜨린 거나 냄새 밴 것들 등등 어떻게 청구할 수 있을까요?"라며 "강아지 냄새가 밴다거나 털 같은 건 쉽게 없어지는 것도 아니기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네요"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제가 살면서 깨끗하게 관리한 아파트라서 저는 잠깐이라도 동물이 들어와서 사는 건 싫다"며 "자꾸 잠깐만 맡아주는 거라고 강조를 하셔서 그냥 보내드리긴 했는데 그 잠깐이 얼만지도 모르겠고 그냥 원상복구 해야 된다고 말해야 하나요?"라고 공개 질의했다.
끝으로 A씨는 "나중에 청소비 같은 거 청구할 때 세입자가 거부할 거 같고 트러블 생기면 스트레스 엄청 받을 거 같다"면서 "집을 세를 준 것도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될지 감이 안 온다. 도와달라"고 거듭 네티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다른 네티즌 C씨는 "계약 위반 사항을 확인하기 위한 방문은 가능합니다. 빨리 해결하세요"라며 "개 비린내 벽에 배기면 도배, 장판 새로 하고 이사 청소 빡세게 해도 소용없습니다. 다시 올라와요"라고 했다. C씨는 또 "개 키우는 사람들은 그 냄새에 적응돼서 모르지만, 아닌 사람들은 바로 느낍니다. 그래서 대다수의 원룸이나 오피스텔이 반려동물 금지하는 겁니다. 계약 사항 위반 시 조기 퇴거 및 그에 대한 각종 비용 또한 청구하세요"라며 "웬만한 계약서에는 그런 조항 다 들어있을 거니까 계약서 확인해보세요. 계약이란 건 무서운 건데 개 키우는 사람들은 가볍게 무시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전 FM대로 다 제하고 내보냈어요"라고 자신의 과거 사례를 언급했다.
또 다른 네티즌 D씨는 "전·월세 살면서 개, 고양이 몰래 키우는 것들은 뭐냐 도대체ㅋㅋ 나도 고양이 몰래 키우는 X 때문에 냄새 빼는데 고생 엄청함"이라며 "업체도 불러 보고 화장실에서 고양이 화장실 뒀는지 찌린내 ㅈㄴ 나서 락스며 식초며 다 써봐도 냄새가 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D씨는 "특히 고양이가 벽에다 오줌 싸면 냄새 빼기 더 힘듦. 콘크리트 벽에 오줌이 스며들고 고양이 오줌 냄새가 너무 고약해서 냄새 빼는 게 진짜 어려움"이라면서 "제발 집주인이 키우지 말라 하면 개, 고양이 좀 키우지 말아라! 환장하겠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대차 시장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반응 역시 차갑다. 벽지·바닥재 등의 훼손과 냄새 등의 문제로 반려동물을 꺼려하는 집주인이 많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 집을 구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의 고충이 커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려동물을 둘러싼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법무부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대인·세입자 간 반려동물 관련 분쟁은 2017년 3건에서 2022년 28건으로 5년간 9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5년간 총 132건의 분쟁 중 '동물 사육으로 인한 바닥 훼손, 벽지 오염 등 원상복구 범위에 관한 분쟁'이 70.5%(93건)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육금지 특약 위반에 따른 계약 해지 및 갱신 거절(15건) △소음·냄새로 인한 이웃 간 민원 발생에 따른 계약 해지(8건) △부당한 반려동물 사육 금지 논란(3건) △기타(13건) 순이었다.
한국부동산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 운영하는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도 반려동물 관련 다툼이 2021년 4건에서 지난해 1~9월 8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누적 19건의 분쟁 중 대부분은 '반려동물로 인한 파손 기물의 원상복구'(16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12일 서울시는 제18차 '서울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공동주택 단지 내 갈등 및 분쟁 예방과 입주민의 주거생활 환경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5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에 '층간소음관리위원회'가 구성되는 게 핵심 골자다. 특히 아파트 입주자 명단에 '반려동물 사육 여부 기재'가 의무화됐다. 이 외에도 시는 △사업자 선정 결과 공개 △입주자대표회의 회의 실시간 중계 또는 방청 △기존 사업자 사업수행실적 평가 시 평가기준 구체화 △세대별 사용료 산정 방법에 텔레비전 방송수신료 추가 등을 개정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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