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대한체육회와 축구협회와 배드민턴협회 등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했다.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등을 따지며 체육계 관행에 대한 불공정성을 질타했다.
의원들은 질의에서 앞다퉈 이들 협회의 자료 준비 미비를 비판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굉장히 답답함을 느꼈을 것 같다"며 "요구 자료 중 절반 이상이 개인정보 보호, 비밀약정 등으로 인해 아예 제출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대표 감독 선임과 관련한 전력강화위원회의 회의록 등을 자료로 요청했는데, 협회에서는 보도자료 링크 한 줄을 답변으로 보냈다"며 "사안에 협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전재수 위원장이 오후 질의 전까지 자료 제출을 해달라고 하자 정 회장은 "여러 가지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어서 변호사와 상의한 후에 자료 제출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의원들은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이날 현안질의 전 서면 형식으로 공개한 모두발언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정 회장은 "감독 선임 건에 대해 협상 과정의 모든 것을 다 밝히고 그때그때 상세히 설명하지 못했던 것은 우리가 어떤 음모를 꾸미거나 실상을 감추기 위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며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공정과 불공정은 설득이 아니라 입증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입증이 가능한 자료를 제출하면 더 이상 여기서 물을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료 제출을 거의 하지 않아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특히 의원들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의 사임 이후 감독 선임 전권을 위임받은 11차 회의의 절차적 정당성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강 의원은 이 이사가 감독 선임 전권을 위임받아 전력강화위원회 업무를 병행한 것이 축구협회의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며 "(축협의 운영이)동네 계 모임이나 동아리보다도 못하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양문석 의원도 정 회장을 향해 "회장이 무슨 자격으로 전권 위임을 하는가"라며 "김정배 (축구협회) 상근부회장도 11차 회의가 자격이 없는 불법 회의였다고 얘기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의원들의 질타에도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 모두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특혜나 불공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감독 선임 과정이 객관적으로 투명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대해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에서 나를 1순위로 올렸다고 들었기 때문에 감독직을 수락한 것"이라며 "내가 2순위, 3순위였다면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한편 이날 현안질의에서는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도 증인으로 출석해 최근 안세영 국가대표의 '작심 발언'으로 불거진 행정 비리 등에 대해 질의를 받았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안세영 선수의 물집이 잡힌 발 사진을 공개하며 "(선수) 본인은 신발 때문에 (물집과 염증 등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며 "선수가 신발 교체를 요청했는데, 규정이 그렇게 돼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한심한 처신이 이해가 안 된다"고 협회를 비판했다. 김택규 회장은 "(후원) 계약이 4년간 맺어져 있어 어쩔 수 없었다"면서도 "규정을 바꾸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앞)과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 정해성 전 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