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9일 578돌 한글날을 앞두고 있지만 KCC와 벽산 등 건축자재업계는 여전히 일본식 발음대로 제품을 표기하고 있다. 잘못된 외래어 표기가 표준어처럼 제품명이나 홈페이지에 버젓이 소개되고 있어 기업들 스스로 내부에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건축자재업계에 따르면 KCC, 벽산 등은 홈페이지나 상품 설명서에 일본식 표현인 '그라스울'을 표준어처럼 사용하고 있다. 그라스울은 유리인 'glass'와 섬유인 'wool'이 합쳐진 단어로, 건축물의 단열과 방음을 위해 사용되는 유리섬유 단열재다.
문제는 '그라스'가 전형적인 일본식 영어 발음에서 유래된 잘못된 표기라는 점이다. 일본어에서 'glass'를 'グラス(구라스)'로 발음하고 이것이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그라스'라는 표기로 굳어진 경우다.
국립국어원의 한글 표기법에 따르면 '그라스'가 아닌 '글라스'로 표기해야 한다. 또 'glass wool'이라는 영어 단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는 '글라스'와 '울'을 띄어 쓰는 것이 표준 표기다. 정확한 표기대로라면 '글라스 울'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일본식 발음은 과거 식민지 시절의 잔재임에도 KCC는 상품명 자체가 '그라스울 네이처'다.
벽산과 대다수 중소업체들 역시 홈페이지나 상품 설명서에 '그라스울'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 현장에선 글라스울, 글래스울, 그라스울이 혼재돼 모두 사용되고 있다.
샤시 역시 일본식 표현이 산업 용어로 굳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샤시는 일본어 'サッシ(삿시)'가 한국에서 '샤시'로 변형됐다. 이 역시 국립국어원의 표준법 기준으로는 '새시'가 옳은 표현이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 측은 "새시가 어색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날아다니는 '새'의 새자를 써서 '새시'로 표기해야 한다"며 "새시가 어색하면 창틀도 함께 쓸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축자재 업계에서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관습이라는 이유로 일본식 표현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현장은 이미 뺑끼(페인트), 함바(현장 식장), 오야지(책임자), 노가다(막노동) 등의 일본식 표현이 고착돼 있는 만큼 기업들 스스로 일본식 발음과 표현을 개선하려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