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불참에 방심의 단독감찰
코로나 이후 과학분야 소홀대우
과학기술·방송 분리운영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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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과·알·세] 예산삭감 등 현안 많은데… 53개 기관을 하루만에? 또 `맹탕`](http://contents.dt.co.kr/images/202410/2024100802101131731001[1].jpg "[이준기의 과·알·세] 예산삭감 등 현안 많은데… 53개 기관을 하루만에? 또 `맹탕`")
과방위 국감 일정 단축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7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과학기술 분야 국감 일정이 당초 이틀에서 하루로 단축됨에 따라 '부실국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방위가 '민원 사주 의혹 청문회'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불출석하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단독 국감을 진행하기 위해 계획을 갑작스럽게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53개에 달하는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직할기관에 대한 국감을 단 하루에 무리하게 진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국회 상임위 차원의 정책·입법·예산 심사가 제대로 이뤄질 지 미지수다. 21대 국회 때부터 방송 이슈에 밀려 과학기술 분야 국감이 하루 일정으로 고착화되면서 '맹탕·졸속·벼락치기 국감'이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본격적인 노벨상 시즌을 맞아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현 주소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더해준다.
과방위는 7일 방송통신위원회를 시작으로 이달 25일까지 총 86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한다.
이 기간 동안 과학기술 분야 국감은 오는 17일 대전 KAIST 본원에서 한국연구재단, KAIST,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기초과학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29개 기관, 오는 21일에는 국회에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소관 출연연 등 24개 기관을 대상으로 각각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과방위 소속 야당 위원들이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문회 불출석을 문제 삼아 방심위 국감을 별도로 열어 관련 의혹을 규명키로 계획을 바꿔 둘로 나눠져 진행될 예정이었던 과학기술 분야 국감이 하루로 합쳐지게 됐다. 여당 의원들의 반발에도 야당 의원이 밀어붙여 갑작스럽게 국감 계획이 변경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과방위의 경우 22대 국회 개원 초기부터 방송통신위원장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과 대립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첫 국감마저 결국 방송 분야 쟁점 때문에 당초 이틀 일정에서 하루로 줄인 것은 과학기술 분야에는 관심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처사"라며 "방심위 단독 국감을 위해 과학기술 분야 국감을 하루에 몰아서 하는 것은 안 하느니 만도 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계에선 과방위를 과학기술과 방송 분야로 분리·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과방위 국감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25개 출연연과 과기정통부 소관 28개 직할기관 등으로 나눠 이틀에 걸쳐 진행됐고, 연구현장 시찰 등 그나마 과학기술과 방송 분야를 균형 있게 다뤄왔다. 코로나 팬데믹을 이유로 과학기술 분야 국감 일정이 축소되면서 과학기술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정책 질의는 유명무실해져 '수박 겉핥기 국감'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과방위가 새롭게 구성되면서 상임위 차원의 '과학기술 홀대론'이 다소나마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첫 국감부터 방송 분야 현안으로 과학기술 분야 국감에 차질이 예상된다. 과학계에선 R&D 예산 삭감에 따른 연구현장의 어려움과 젊은 연구자들의 사기 저하 및 이탈 가속화, 학생연구원 인건비 부족, 정년연장 등 처우 개선 등 굵직한 현안과 이슈가 산적해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는 국감이 되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연택 공공과학기술노조위원장은 "피감기관 수에 비해 국감 기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올해도 53개 기관을 하루에 진행키로 변경되면서 부실 국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R&D 예산의 실효성 있는 복원과 안정적 보장을 통해 연구자들이 마음껏 연구하고 창의와 도전적 연구환경 조성을 위한 국감이 됐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문성모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 회장은 "22대 국회에서도 방송이라는 정치 쟁점으로 인해 과학기술이 가볍게 다뤄져서는 안 될 것"이라며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과 기술 안보 시대에서 과학기술 정책과 시스템을 미래 지향적으로 어떻게 개선·발전시킬지 충분한 논의를 나누고, 공유하는 과학기술 중심의 과방위로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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