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새로운 노태우 비자금 단서인 '210억원 차명보험'이 공개되면서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이 남은 국정감사 일정 중 계속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 부인인)김옥숙씨가 2000년부터 2001년까지 차명으로 보험료 210억원을 납입했고, 2007년 국세청이 이를 확인했지만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며 관련 내역을 최초로 공개했다.
정 위원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에 차명보험이 적발되자 김 여사는 "기업들이 보관하던 자금을 차명통장을 만들어 본인에게 건네 준 122억원, 보좌진과 친인척들 명의의 43억원, 본인 계좌 33억원, 현금 보유액 11억원을 합한 돈"이라고 소명했다.
또 자금 출처에 대해 1970년대 잠실 등 강남 개발 당시 본인이 직접 투자에 나서 그 투자차익으로 조성한 자금이라고 밝혔다. 당시는 김씨 측이 노 전 대통령이 추징금 884억원을 미납하고 '더 이상 돈이 없다'고 호소하던 시기였다.
김 여사는 노소영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에서 공개된 '904억원 메모'에 이어 2016~2021년 아들 노재헌씨의 동아시아문화센터, 노태우센터에 152억원을 기부했다. 근로 등 소득활동을 한 적이 없었고, 추징금 낼 돈도 없다던 김 여사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노태우 비자금 환수를 위한 독립몰수제 도입을 법무부장관에게 촉구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범죄수익 추징·보전 환수율은 2.9%에 불과하다.
박 의원은 "우리 형법은 피의자가 사망했거나 해외로 도피해서 잡을 수 없거나 사면을 받았거나 기타 등등의 사정이 있으면 몰수가 불가능한 구조"라며 "소추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특정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몰수가 가능하도록 하자"며 독립몰수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독립몰수제 도입이 필요한 대표적 사례로 노태우 비자금을 제시했다. 박 의원은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했던 노 전 대통령의 경우 더 이상 남은 자산이 없다고 했었는데, 노 관장 이혼 소송에서 숨겨뒀던 비자금이 더 있다고 예상되는 메모가 나왔다"며 "이에 대해 수사와 환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고 지적했다.
법사위 간사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노태우 비자금 환수 방안을 법무장관에게 질의했다. 김 의원은 "1995년 노태우 비자금 규모가 4189억원 정도라고 수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2628억원만 환수되고 1400억원이 붕 뜬 상태였다"며 "이번에 904억원 메모, 152억원 기부 등이 세상에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박성재 법무장관의 과거 전두환 비자금 수사 경력 팩트체크로 잠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이 "장관님이 과거 검사시절 전두환 비자금 수사를 잘 하셨다"고 칭찬하자, 장관은 "오래 전 일로 동명이인인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후 정 위원장이 당시 언론기사를 인용해 "2006년 전두환 일가의 뭉칫돈 41억원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장의 부장 검사가 현 박성재 장관이 맞다. 팩트체크에서 이겼다"고 설욕에 나서자 종일 긴장감이 흐르던 법사위에 웃음이 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과거 경험을 살려 이번에도 잘 수사해달라는 질의에 "현재는 재판 중이라서 채권 존재 자체도 아직 확정이 안 돼 있는 상황"이라며 "그 재산이 확정되고 거기에 과세 당국에서 조세포탈 혐의가 있다고 문제가 되면 그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기관은 당연히 수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법사위의 국정감사 출석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던 노소영·노재헌 남매는 이날 법무부 국정감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법사위는 국감장에 불출석한 노 관장 남매에 대해 재출석을 요구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