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새기전 신약 상용화 속도
'CV-01' 내년말 임상 1상 수행
'CV-01' 내년말 임상 1상 수행
'먹는 약'으로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기존에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이던 제약회사에 더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이 새로운 기전의 신약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는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최한 브리핑에서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 개발중인 'CV-01'에 대해 2025년 말까지 임상 1상을 수행하고, 2026년에는 임상 2상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큐어버스는 KIST의 바이오스타 사업을 통해 2021년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앞서 큐어버스는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와 총 3억7000만달러(한화 약 5037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CV-01'은 새로운 기전을 가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기존 치매 치료제 대부분이 뇌 신경회로를 손상시키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없애는 방식으로 개발됐다면, CV-01은 산화성 스트레스 및 염증에 대한 생체 내 방어 기전인 Keap1/Nrf2 경로를 통해 신경염증 반응을 억제해 뇌 신경회로 손상을 방지한다. 뇌염증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로 개발 중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하는 박기덕 KIST 박사는 "기존 치매 치료제의 약효 지속 시간은 12시간이었지만, 실험 결과 CV-01의 지속 시간은 48시간으로 나타났다"면서 약효 지속 시간도 더 우수하다고 밝혔다.
CV-01은 또한 치매 발병 전 예방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KIST 연구진이 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통상 치매에 걸린 쥐는 4개월째부터 뇌에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3개월 차부터 CV-01을 먹이니 해당 단백질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를 미뤄보아 치매의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CV-01은 치매, 뇌전증, 파킨슨병 등과 뇌신경계 질환에 획기적인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면서 "치매 등 뇌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좋은 소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V-01이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술수출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 계약금을 받게 된다.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해도 선급기술료와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받게 된다. KIST는 큐어버스와의 기술이전 계약에 따라 기술료 수익금의 20%를 지급받는다. 조 대표는 "선급기술료는 공개하지 못하지만 상당한 규모"라며 "매출 로열티는 따로 받게 되며, 2년에서 10년 간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국내 기업 중 아리바이오도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AR1001'을 개발하고 있다. 이 치료제는 강력한 PDE5 억제 효과를 가진 신약으로, 혈관 확장을 유도하는 기전을 가진다. AR1001은 올 4월 유럽 7개국에서 임상 3상 승인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최근 AR1001이 쥐의 뇌졸중 모델에서도 유효한 치료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에 실리기도 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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