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등 견제하는 글로벌
유럽 등 해외 플랫폼 규제 시행
한국, 자국 기업 보호없이 역행
유럽 등 해외 플랫폼 규제 시행
한국, 자국 기업 보호없이 역행
![[김미경의 테크Eye] 네카오가 유럽·일본 기업이라면?](http://contents.dt.co.kr/images/202411/2024110302109931044009[1].jpg "[김미경의 테크Eye] 네카오가 유럽·일본 기업이라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주권'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뿐 아니라 데이터, 플랫폼 등 미국 중심의 빅테크들이 전 세계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다 보니 각국이 자국 AI와 데이터산업, 플랫폼이 클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오랜 기간 플랫폼 독과점 지위를 누리고 있는 구글과 애플을 견제하는 법안을 시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유럽연합(EU)의 DMA(디지털 시장법)와 DSA(디지털서비스법), 일본의 '스마트폰 경쟁촉진법안'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미국 빅테크인 구글(알파벳), 애플,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겨냥한 규제 법안이다. 그런데 한국만 유독 세계적 흐름과 역행해 자국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살펴보면 22대 국회 출범 5개월 동안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 및 공정화 관련 법안은 총 18건이 발의돼 있다. 대체로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적으로 드물게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의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것을 고려하면 온라인 플랫폼 규제대상 1순위는 네이버와 카카오인 셈이다.
반면 EU는 미국 빅테크를 규제하면서 자국 내 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와 정치권이 플랫폼 규제의 표본으로 삼은 DMA의 경우 정확히 미국·중국의 빅테크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규제 대상으로 삼은 '게이트키퍼'에는 미국 기업인 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MS, 부킹닷컴과 중국 기업인 바이트댄스 등이 포함돼 있다.
EU가 LLM(거대 언어모델) 규제를 검토할 당시 프랑스,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자국 내 AI기업을 보호하고자 강력히 반대하기도 했다. EU 내에서도 자국 기업을 보유한 기업과 아닌 기업 간의 입장차가 큰 것이다. 프랑스 정부의 정책적 보호를 받은 미스트랄 AI는 지난해 4월 창립 후 1년 여 만에 약 60억유로(한화 9조원 상당)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일본도 비슷하다. 글로벌 기업 의존도가 높은 소프트웨어(SW)와 모바일, 플랫폼 등의 독점 행위를 규제하고자 일본법 위반 시 일본 내 매출액의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는 '스마트폰 경쟁촉진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안은 SW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의 독점 행위가 발생하는 모바일 OS(운영체계), 앱스토어, 웹브라우저, 검색 엔진 등 4개의 종류를 지정한 것이 특징이다. 일본은 그러면서 자국 기업인 소프트뱅크그룹의 생성형 AI 개발에 53억엔(480억원)을 지원한다. 소프트뱅크그룹의 시총이 9조1000억엔(82조원)에 이른다는 것을 고려하면 전향적인 지원이다. 일본 정부는 또 최근 AI SW와 서비스 개발·활용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이노베이션 박스 세제'를 신설했다. AI SW개발기업의 IP(지식재산) 사업화와 저작권 수익의 최대 30%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공제하는 게 핵심이다.
시총 27조 규모의 네이버나 시총 16조 규모의 카카오가 집중적인 규제 대상이 되고 있는 한국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도 국내 시장점유율과 영향력만 잣대 삼아 규제하려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유럽이나 일본 기업이라면 어땠을까. 다른 나라에 있었다면 더 키우고 보호하지 못해 안달일 기업들이 국내에서는 규제 역차별을 받는 모순적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백용욱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토종 플랫폼 기업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유일한 국가다. 유럽 규제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정부가 우리 1등 기업을 규제해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문상일 인천대 법학부 교수도 "플랫폼을 규제할 때 플랫폼과 해외 입법화 배경을 이해하고 법률적 규제에 따른 국내 기업의 역차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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