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울산 남구 신정동 '종하이노베이션센터'에서 진행된 센터 준공식에서 이주용(왼쪽 열여섯번째) KCC정보통신 회장, 이상현(왼쪽 열여덟번째) KCC정보통신·KCC오토그룹 부회장, 이상훈(왼쪽 네번째) 시스원 대표 등 관계자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바쁘신데 먼 데까지 걸음 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7일 오전 울산을 향해 서울역을 출발한 KTX 열차 안. 이상현 KCC오토그룹·KCC정보통신 부회장이 객실을 오가며 승객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도 같은 열차를 탔다. 시스원 대표이자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상훈 대표도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눴다. 이 회장의 다섯 자녀 부부와 손주들도 함께했다.
이들이 향한 곳은 이주용 회장이 선친인 고 이종하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대를 이어 기부해 울산 남구 신정동에 새로 들어선 '종하이노베이션센터' 준공식이다. 이날 준공식에는 김두겸 울산시장, 이홍구·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준공식 행사장에 휠체어를 탄 이 회장이 들어서자 KCC정보통신 전직 대표와 주요 임원을 포함한 이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 종하아이앤씨 제공
종하이노베이션센터는 1977년 울산 최초의 실내체육관으로 지어진 종하체육관을 완전히 새로 지은 건물이다. 종하체육관은 당시 이종하 선생이 토지 1만2740㎡(3854평)와 1억3000만원을 울산시에 기부해 지어졌다. 지난 40여년간 체육·문화시설로 지역민들의 사랑받아 왔지만 노후화돼 재건축이 필요했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자 이 회장이 선친의 뜻을 따라 2020년 대를 이은 기부를 결정해 사재 330억원을 들여 재건립을 추진했다.
2022년 3월 착공해 2년 8개월에 걸친 공사로 마무리된 종하이노베이션센터는 창업과 문화, 교육을 동시에 지원하는 복합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지하 1층, 지상 6층 연면적 1만9905㎡ 규모로, 울산시 시비 192억원, 국비 10억원도 투입됐다.
울산 남구 신정동에 들어선 '종하이노베이션센터' 전경. 종하아이앤씨 제공
센터에는 다목적 체육관, 어린이 도서관 등 남녀노소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들어섰다. 종하체육관을 기억하고 세대를 잇는 나눔의 가치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증자 역사관도 조성했다. 청소년을 위한 도서관과 창작 공간도 마련됐다. 학생들은 스마트 스터디 테이블을 통해 다양한 놀이체험과 영어학습, 3D 체험을 할 수 있다. SW미래채움센터와 디지털 교육센터, 코딩·소프트웨어(SW) 교육장도 들어선다. 단순한 교육을 넘어서서 청년 창업자를 위한 창업 인큐베이팅 공간과 벤처투자 지원시설도 자리 잡는다. 미래 주역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문화·창업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주용 회장은 "미래 혁신인재 양성을 위한 코딩·SW 교육공간, 청·장년층을 위한 창업 공간 등 다목적 복합시설로, 울산의 미래 발전 거점이자 울산 시민들이 100년 이상 사랑하는 시설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7일 울산 남구 신정동 '종하이노베이션센터'에서 진행된 센터 준공식에서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이 장남인 이상현 KCC정보통신·KCC오토그룹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이름을 남기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은 1935년 울산에서 태어나 1953년 서울대 문리대학에 입학해 사회학과를 2년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해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시간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산실 연구원 등으로 활동하며 프로그래밍 역량을 인정받아, 한국인 최초로 1960년 미국 IBM에 입사했다. IBM 한국 대표로 활동했으며, 국내 최초로 컴퓨터를 도입해 대한민국 IT 역사를 개척했다. 귀국 후 1967년 국내 첫 IT서비스 기업인 한국전자계산소(KCC정보통신의 전신)를 설립해 공공·금융·기업 등 각 분야의 정보화에 공헌했다. 특히 조선설계SW 국산화, 주민등록번호 보안체계 개발 등에 크게 기여했다.
7일 울산 남구 신정동 '종하이노베이션센터'에서 진행된 센터 준공식에서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이 장남인 이상현 KCC정보통신·KCC오토그룹 부회장이 미는 휠체어를 타고 들어서고 있다.
이 회장에게 기부와 사회공헌은 평생의 소신이자 대를 잇는 뜻이었다. KCC정보통신 창립 50주년인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사회공헌을 시작했다. 당시 600억원의 기부를 결심하고, 사재 150여억원을 출연해 미래와소프트웨어재단과 종하장학회 재단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사회적 기부와 IT 인재양성, 벤처육성 등을 실천해오고 있다. 지난 2016년 서울대병원에 발전기금 10억원을 출연하고, 2017년에는 서울대 정보문화학 기금교수 지원사업에 10억원을 기부했다. 2021년에는 서울대 문화관 리모델링을 위해 발전기금 100억원을 추가로 기부 약정했다. KCC정보통신은 이 회장의 뜻을 이어 한국정보처리학회와 함께 2021년 운당학술상을 제정해, 운당학술대상, 운당논문대상, 운당학생논문대상을 시상하고 있다.
한편 종하이노베이션센터 건립과 발맞춰 이 회장은 52억여원을 출연해 지난 9월 울산지역공동체 지원사업을 위해 재단법인 운당나눔재단(이사장 이상현)을 설립했다. 재단은 울산을 중심으로 소외계층의 사회문제 발굴과 개선, 지역사회 공동체 형성을 위한 문화·역사·체육 활동 지원, 청소년과 청년 지원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글·사진/울산=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