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원이 대학원생 연구 역량 강화에 열정을 쏟기 어려운 이유들이 존재한다. 가장 크게는 대학교수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이 손꼽힌다. 본질적으로 대학교수의 업무는 강의, 연구, 후학 지도이다. 그러나 국내 대학 교수들은 연구비 확보를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일이 연중 반복되고 있다. 대학의 재정적인 어려움이 결국 대학교수들의 후학 양성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일종의 악순환의 고리에 놓여 있다.
한편, 대학교수들의 행정 업무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학과를 운영하고, 연구소도 운영하는 것은 기본이다. 아울러, 입학생을 선발하는 심사위원, 대학 내의 각종 위원회 참여, 학내 보직 수행도 후학 양성 시간을 빼앗는 핵심 원인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선진국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해왔다. 해외 유학을 마친 학자들이 국내 대학과 연구소에 정착하여 지식을 생산과 후학 양성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교육부가 발표한 국외 고등교육기관 한국인 유학생 현황표는 국내 고등교육의 위기를 보여준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해외 한국인 유학생 수는 2011년에 약 26만 2천 명이었다. 그 이후 점차 감소하여 2023년에는 12만 3천 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한국인 해외 유학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내 대학원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지식경쟁력'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없는 상태였다.
흥미롭게도 시장에서 대학원의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발생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와 포항공과대학교(POSTECH)가 대표적이다. 이들 대학원 담당자들은 대학원 혁신 업무를 담당하면서 대학원생들의 지식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고민하면서 기존의 논문 작성법 특강 중심의 프로그램에서 '논문캠프'라는 프로그램을 추가하기 시작하였다.
놀랍게도 논문캠프 참여 대학원생들의 반응은 대만족으로 나타났다. 올해 8월에 진행한 포스텍 논문캠프 수강생의 만족도는 백분율로 거의 100점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지난 10월에 진행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도 비슷하였다.
논문캠프의 만족도는 전국 다른 대학에서도 유사하게 대만족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논문캠프에서 무엇이 좋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수강생들에게 가장 자주 나타나는 답변은 '1:1 코칭'이라고 한다.
수강생들은 이구동성으로 개인 맞춤형 논문 지도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라고 환영한다는 것이다. 같은 전공이라도 개인의 연구 주제는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 명의 교수가 다수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논문 작성법 원론과 이론을 강의하는 것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논문캠프를 통해 개인의 논문 주제, 논문 구조, 연구 방법, 데이터 처리, 학술적 글쓰기 등을 검증된 전문가에게 개인 코칭 받게 되어 연구 역량이 크게 성장하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대학의 후학 양성 방법이 1:1 도제식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으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논문캠프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 지도교수의 연구 조교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한편, 국내 대학이 진행해온 강의 중심의 대학원 교육 방식이 변화를 요구받는 상황이다. 인터넷과 유튜브의 등장으로 기존의 대학원 강의가 온라인 시스템으로 반복제공되는 시대에 있다. 따라서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의 교육 혁신 활동이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희망이 되고 있다.
박용성기자 drag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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