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석의 개미생활] 가상자산에서 `가상`을 뺄 때가 왔다

입력: 2024-11-28 10:41 김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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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누군가는 하나에 1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사는 자산을 두고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전체 시장의 거래대금이 이미 국내 주식시장을 추월했지만 금융당국 수장은 그럼에도 시장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상자산, 비트코인에 대한 시각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과소평가된다. 코인을 두고 있었던 많은 불법행위, 높은 가격 변동성 등 저마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오늘은 가상자산이라는 이름에서 그 이유를 찾아보려 한다.

가상의 사전적 정의는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사실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상자산은 사실이 아니거나 불분명한 자산이 된다. 자산은 금전적 가치를 가진 적극적 재산이다.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데 그 자산의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은 10만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서 오는 괴리가 우리나라에서 가상자산의 평가절하를 불러온다. 누군가는 아직까지도 가상자산을 '게임머니'와 같이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현실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인터넷상에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더 이상 가상자산은 현실과 동떨어진 자산이 아니다. 오히려 환전 없이 모든 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폐'로 사용되기도 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토큰으로 다양한 실물자산과 묶여서 거래되기도 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가상자산을 두고 "주식시장은 우리 경제 선순환에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다 인식하고 있는데, 가상자산은 실질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뭔가에 대한 의문들이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 쪽에 거래량이 더 많은 데 대해서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말한 실질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떤 기준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가상자산 시장에 투입된 돈은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원화 거래소 1위 기업 두나무는 상반기에만 494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대형 증권사 중 하나인 삼성증권의 영업이익이 5945억원이었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비트코인을 실물자산으로 한 금융상품에 돈이 집중되고 있고, 미국 차기 대통령은 해당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공약하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전문가가 "주식은 믿을 수 있고 가상자산은 믿을 수 없다고 한다"며 "이 둘의 차이를 물어보면 말하는 것이 보통 회사라는 '실체'인데, 우리가 들고 있는 주식도 그 회사가 청산할 때쯤이면 가치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결국 주식이나 코인이나 '신뢰'를 중심으로 한 자산이라는 것이다.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시장에서 그 자산을 얼마나 신뢰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 세계 많은 투자자와 기관, 정부까지 가상자산을 신뢰하고 밀어주고 있다.

돈으로 바꾸는 역할밖에 못하는 주식과 달리 가상자산은 활용할 수도 있다. 코인마다 방법이나 역할은 다르지만 이미 실물자산과 연계해 정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만 유독 가상자산을 꽁꽁 싸매고 있다. 누군가는 그 이유를 '무지'에서 찾았다. 잘 모르는 분야를 시장에 풀어놓는 리스크를 떠안는 것보다는 규제를 택했다는 것이다. 산업의 변화가 정말 빠르고, 예상이 어렵다 보니 규제를 풀었을 때의 책임을 아무도 지기 싫어서 아직까지 산업을 억누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과 규제를 바꾸기 위한 첫 걸음으로 이름부터 바꿨으면 한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자산'이 아닌 '실제 존재하고 있는 자산'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자산'이든, 외국과 같이 크립토이든, 암호화폐든 대체할 말은 충분해 보인다.김남석기자 kn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