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6 완성차업체 판매량 일제히 감소…BYD는 35.6% ↑
수익성 악화로 비용 절감 문제 부딪혀
하이브리드로 캐즘 버티기…업체 간 협력으로 미래차 개발 속도
중국 전기차의 저가 공세를 넘지 못한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하나둘씩 흔들리고 있다. 많은 비용을 들여 전기차를 출시했으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완성차 시장의 수요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위기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성공하지 못한 곳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서 도태될 것이라 내다봤다. 탄탄한 내연기관차 판매를 바탕으로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개발도 병행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톱6 완성차 업체의 올 1~3분기 판매량이 일제히 감소했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스는 도요타(-7.6%), 폭스바겐(-2.5%), 현대자동차·기아(-2.2%), 스텔란티스(-9.5%), 르노·닛산 얼라이언스(-1.5%), GM(-12.8%)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역성장했다고 발표했다.
판매량이 줄어든 데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도 있지만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선전 탓도 있다. 중국산 전기차의 성장으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자국 전기차 수요가 높아졌으며, 이제 대량 생산한 전기차가 유럽, 동남아시아, 남미 등 해외로까지 수출·판매되며 경쟁이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는 올 1~3분기 지난해보다 35.6% 크게 늘어난 291만대가량을 판매해 전통 완성차 업체 판매량을 턱 밑까지 따라왔다.
이에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기차로 시장이 재편되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그 시기가 늦춰지면서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수익성 악화에 따른 비용 절감을 위해 독일 공장 폐쇄, 구조조정, 임금 삭감 등을 내세우며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올 3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27% 급감한데 이어 주가도 40%나 빠지면서 최고경영자(CEO)인 카를로스 타바레스가 임기 도중 사임을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내연기관차 중심 탄탄한 판매량으로 캐즘을 잘 버티면서 그 수익으로 미래차 개발도 함께 가지 못한다면 전통 완성차 업체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대표적인 예가 하이브리드차를 통해 견조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는 도요타와 현대차·기아다. 캐즘의 대안으로 떠오른 하이브리드차의 인기에, 이들은 공장에서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늘리거나 차세대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에 착수하는 등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전통 완성차 업체 간의 미래차 분야 협력 확대 가능성도 높다. 신흥 강자인 테슬라와 BYD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면 개발 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가장 적절한 방법이 업체 간 협력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현대차와 GM은 모빌리티 전방위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을 맺었다. GM이 최근 전기차 계획을 축소하고,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제3공장 지분을 LG에너지솔루션에게 전량 넘겨 투자금을 회수하는 등 비용 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기에 현대차와의 협력을 통한 미래차 준비 시나리오가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와 현대차도 수소차 분야에서의 협력이 기대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은 한 달 새 두 차례나 만남을 가지면서 협력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 회장은 "수소를 이야기해서 같이 협력하려고 한다"며 직접 수소 관련 협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들은 IT 회사 같은 간결한 의사결정 체계를 가지고 속도감 있게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고 사업이 다양한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이를 따라잡기 위해선 협력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개발 속도는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