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5일 코스피를 아래로 끌어내리고 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2거래일간 7000억원어치 주식을 팔면서 코스피 시가총액은 2000조 아래로 내려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2.15포인트(0.90%) 내린 2441.85로 장을 마쳤다.
상승세로 출발한 지수는 외국인 매도세가 커지며 이내 하락세로 전환했고, 점차 낙폭을 키웠다. 장중 한때 2440선을 내주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1999조원으로 지난달 15일 이후 14거래일 만에 다시 2000조 아래로 내려왔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1648억원, 544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이 장 내내 매도세를 이어가며 3176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계엄사태 이후 이틀간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은 7255억원에 달한다.
국내 증시에 대한 불안감과 높아진 환율, 탄핵 정국 돌입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에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장 마감 시간 기준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5.0원 오른 1415.1원을 나타냈다.
외국 투자은행에서도 우리나라 증시가 정치 리스크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의 탄핵 절차는 경제 정책의 높은 불확실성을 초래했다"며 "밸류에이션이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재평가에 대한 명확한 기폭제가 나타날 때까지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날 밸류업과 방산 수출 등 기존 정부의 핵심 정책 관련 종목이 일제히 내렸다. 향후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밸류업 대표주로 꼽힌 KB금융은 10% 이상 빠졌고,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각각 5.50%, 3.25% 하락했다. 금융 관련 종목은 이틀 연속 주가가 큰 폭으로 내리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8.06%), 현대로템(-6.82%), 한국항공우주(-4.64%) 등 방산주 약세도 두드러졌다. 반면 정치 테마주는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오리엔트정공과 에이텍, 동신건설은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세 종목 모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로 꼽힌다.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은 이틀 연속 강세를 보이며 200만원 고지에 올랐다. 고려아연은 최고가를 찍으며 셀트리온, 기아, KB금융을 제치고 시총 6위에 올라섰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금융과 자동차, 통신 등은 외국인 매도세 출회에 약세가 심화됐다"며 "정치 불확실성에 원화 약세도 거세져 당분간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