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는 콘텐츠 생산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저작권 문제는 창작과 법의 새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내외 법 체계는 생성형 AI가 야기하는 창작물 저작권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할 구체적인 규정을 갖추고 있지 않은 만큼 기술 발전에 맞춰 법적, 윤리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유럽 등에서 AI 생성물을 둘러싼 저작권 논란이 일고 있다. AI 기업들이 인간의 창작물을 활용해 정당한 보상 없이 수익을 얻고 있다는 지적에서 나아가 AI로 제작한 창작물이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가속하고 있다.
AI는 문화콘텐츠 산업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 드라마나 광고, 게임 등 대중문화뿐 아니라 소설이나 시 등 순수 문학에도 AI 플랫폼이 활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창작 분야에 효율성이 향상되고 비용 절감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도 짚이고 있지만, 문화예술 원본이 가질 수 있는 '아우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윤재 경희대 교수는 9일 FKI타워에서 열린 'AI가 사회·문화에 미칠 영향과 이에 대한 합리적 정책 방향' 세미나에서 "AI가 체험형 엔터테인먼트 산업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AI 창작은 동시에 수백개가 만들어지는 등 즉시적으로 할 수 있지만, 질적으로 예술의 다음 단계로 뛰어넘기 어려워 작품에 대한 하향 평준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공개된 코카콜라의 크리스마스 콘셉트 연말 광고 시리즈가 혹평을 받기도 했다. 코카콜라가 올해 생성형 AI로 제작한 크리스마스 광고는 AI 스튜디오들이 여러 생성형 AI 모델을 활용해 만들었지만, 창작자들은 "AI 기술이 일자리를 빼앗아간 형편없는 시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영상 또한 연결이 매끄럽지 않고,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AI 저작권 논란도 전세계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학습 과정에서 투명성을 보장하고, 정당한 보상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AI 생성물을 두고 소송전도 벌어지고 있다. 일본 울트라맨과 유사 캐릭터를 만들어 보급한 중국 생성형 AI 서비스 업체가 중국 법원에서 저작권 침해로 손해배상 명령을 받기도 했다. AI 생성물에 대해 저작권 인정을 하고, AI 생성물을 무단으로 복제 전송한 사례에 저작권 침해 판결을 내린 사례도 있다. 이에 따라 생성형 AI 창작물과 관련한 법안 마련 움직임도 활발하다.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투명성 의무 등을 포함한 'AI 법(AI Act)'를 가결하고 지난 8월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지난 8월 창작자권리연합(CAR)이 AI 개발, 서비스 기업들에게 완전한 투명성, 정당한 보상 제공, 저작자 표시 제공 등 사회적 책임을 위한 7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와 저작권위원회가 AI 저작권 제도 개선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간 창작자들에게 AI가 혜택을 입은 만큼 창작자들에게 일정 소득 분배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우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AI가 수많은 저작물을 학습해 결과물로 만들어지고 수익을 얻는다면 창작자들에게도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며 "저작권법이 아니라도 국회나 저작권위원회가 대안을 모색하고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창작자와 개발자의 균형있는 보호 방안을 만들지 않는다면 문화콘텐츠, AI 산업이 어려움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태 아주대학교 교수는 "AI와 창작자 권리 문제가 계속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정한 배분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AI 개발자와 창작자 사이의 라이센싱 모델 등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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