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분야에서 국경과 업종을 뛰어넘는 협력을 통해 시장 변화를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올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골드러시 시절 청바지나 곡괭이를 팔았던 이들도 돈을 벌었듯이, AI 골드러시에서 '금'과 '청바지' 모두를 팔겠다"고 공언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AI시대를 맞아 업종을 가리지 않고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을 펼치고 있다. 특히 AI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킬러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해 폭넓은 산업군을 공략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는 곳은 SK텔레콤이다. SKT는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합작법인과 'K-AI 얼라이언스' 오픈형 전환 등을 통해 'AI 동맹'을 확장했다. 올 초 보유한 가입자만 13억명에 달하는 유럽(도이치텔레콤), 중동(이앤그룹), 아시아(싱텔그룹·소프트뱅크) 대표 회원사로 구성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를 결성한 이후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본계약도 체결했다.
내년 2월 열리는 'MWC 2025'에서 GTAA 확대 방침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합작법인은 텔코LLM 공동 개발과 상품화, LLM의 다국어 언어 학습 및 성능 고도화, AI 개인화 서비스 등을 통해 글로벌 통신사들의 AI 생태계 확장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는 구상이다.
SKT가 주축이 돼 국내 AI 스타트업들이 모인 K-AI 얼라이언스에는 최초 7개사에서 이달 기준 몰로코, 베스핀글로벌, 팬텀 AI, 리벨리온 등 총 22개사가 협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AI 영상분석 스타트업 '트웰브랩스'에 약 43억원을 투자하고, 얼라이언스 회원사로 합류시켰다. 국내 AI 기술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시장에서 겨룰 체급을 키우기 위한 행보다.
SKT는 최근 AI반도체 대표주자 사피온과 리벨리온 합병을 이끌어냈다. 미국 AI 데이터센터 솔루션 기업 SGH에 AI 투자 중 최대 규모인 2억 달러(약 2800억원)을 투자했고, 퍼플렉시티, 람다 등 올해만 AI에 2억3000만달러(약 33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반도체, 인프라, 서비스 등 AI 전 영역을 들여다보며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게 특징이다.
통신사들은 AI 패권을 주도하는 미국 빅테크와도 손잡고 있다. 경쟁력 있는 서비스는 도입하되 우리가 가진 기술을 전략적으로 글로벌에 내놓기 위한 움직임이다.
KT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협력이 대표적이다. KT는 MS와 5년간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AI·클라우드에 약 2조4000억원을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KT는 지난달 조직개편을 통해 기술혁신부문 산하 'KT컨설팅부문'과 '전략·사업컨설팅부문'을 신설하며 AI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상반기 첫 프로젝트로 GPT-4o 기반 한국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MS의 파이 3.5를 기반으로 산업별 특화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 1분기 AI·클라우드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AX 전문기업'도 출범시킨다. 김영섭 KT 대표는 지난 10월 열린 'M360 APAC'에서 "AI 시대에 다양한 빅테크 기업들과 새로운 AI 기업들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들에도 국내 통신사와의 협력이 매력적일 수 있다. 통신사들이 국내 다수 가입자를 확보한 만큼 사업 협력이나 서비스 상용화 결과물을 빠르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취임한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도 첫 공식 대외 행보로 스타트업 발굴·육성 프로그램 행사를 찾으며 '기술 협력' 의지를 보였다. LG유플러스는 올해 AI 원천기술 투자와 실용적인 기술 협력을 발 빠르게 해 왔다. 올초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에 100억원 지분 투자를 단행했고, 지난 6월에는 국내 반도체 설계 기업 딥엑스와 온디바이스 AI반도체에서 협력키로 했다. SM엔터테인먼트, 비바리퍼블리카 등과도 손잡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폭넓은 가입자와 데이터, 통신·IT 인프라를 갖추고 투자 여력도 있는 만큼 국내 AI 산업 발전을 이끌기에 최적"이라며 "내년에도 M&A와 협업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김나인기자 silkni@dt.co.kr
19일(현지시간) 코펜하겐에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주요 임원진들이 조인트벤처 설립 본계약을 체결 후 기념사진 찍고 있다. 도이치텔레콤 클라우디아 네맛(사진 왼쪽부터) 수석부회장, e&의 해리슨 렁 그룹 전략 최고책임자, 싱텔의 윌리암 우 그룹 정보기술 최고책임자, SKT 유영상 CEO, 소프트뱅크 기미코 카네코 기술 전략 이사. SKT 제공
김영섭(왼쪽) KT 대표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 겸 이사회 의장이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T 제공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이 첫 공식 행보로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 프로그램인 '쉬프트' 데모데이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은 홍범식(왼쪽 다섯번 째) 사장이 쉬프트에 선발된 스타트업 대표와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LG유플러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