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한국 인력을 노골적으로 빼갔던 중국 배터리 1위 제조업체 CATL이 자국 기업들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소위 자라나는 '새싹 밟기'에 나선 모양새다.
어느새 세계 1위 자리를 굳힌 CATL은 최근 연구개발에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만큼, 중국이 선도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만들기 시작한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업체들도 자칫 소송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13일 외신 등에 따르면 CATL은 지난 9일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의 자회사인 취안저우즈펑을 상대로 실용 신형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인 취안저우펑의 소송은 이달 24일 푸젠성 취안저우시 중급 인민법원에서 심리가 열릴 예정이다.
CATL은 이달 3일에도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LB와 항저우펑싱자동차판매서비스회사에 지적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CALB가 이차전지의 헤드커버 모듈과 이차전지의 발명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CATL은 CALB가 소송과 관련된 특허 침해 행위를 중단하고 해당 제품의 제조와 판매를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또 해당 특허 출원이 공개된 날부터 권리 부여일까지 총 9000만위안(179억1450만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과 로열티, 소송 비용 100만위안(1억9908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CALB 측은 "배터리 상단 커버 구조를 기반으로 완전히 독립적인 지적 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어 침해 행위는 없다"며 "국가지식재산권국에 소송 관련 특허권 무효 청구를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앞서 CATL은 지난 2021년 7월부터 이번 소송까지 CALB를 대상으로 총 6건의 이차전지 삼원계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총 배상 청구액은 7억위안(약 1395억원)에 달한다. 6건 중 3건은 승소했고, 2건은 패소했으며 1건은 아직 선고되지 않아 1심 상태다.
CATL의 이 같은 특허 소송 강화는 중국 내 배터리 시장의 경쟁 심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중국자동차전력배터리산업혁신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CATL과 CALB는 각각 중국 배터리 적재량에서 1위와 3위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기업들 역시 중국이 장악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예상치 못한 특허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ATL과의 경쟁은 중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동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속되고 있어 특허의 사전 분석과 검토, 글로벌 특허 출원 확대, 특허 포트폴리오 관리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CATL이 CALB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견제하는 것은 CALB가 무시할 수 없는 회사이기 때문"이라며 "스스로 힘을 키워온 CATL과 달리 CALB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성공적으로 잘 성장한 회사인 데다 남성이 주도하는 중국 자동차 산업에서 유일한 여성 대표인 류징위 최고경영자는 리더십도 역동적이라는 평가"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자국에서 삼원계 배터리를 두고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중국은 이미 주요 국가에서 LFP로 다수의 핵심 특허를 출원한 상황"이라며 "특정 기술을 적용하기 전에 해당 기술이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는지 철저히 검토하거나 차별화된 특허를 확보하는 등 특허 침해 소송을 대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박한나기자 park27@dt.co.kr
지난해 11월 8일 중국 푸젠성 닝더에 위치한 CATL의 배터리 셀 생산 시설 코드명 'Z-베이스' 밖을 한 남성이 걷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