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사회에 도움이 되고픈 어르신들, 시대가 바뀌어도 어딘가엔 계십니다"

입력: 2025-01-23 09:27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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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일자리, 소득보전·저학력 초고령 빈곤노인들 버팀목
일자리 고도화에 주력… 지역사회와 상생구조 구축 방점
급격한 사업 팽창으로 인력난 가중… 업무과중 심화 요인
개발원내 안전인력 고작 2.5명… 지속가능성 확보 중요해

김가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연구위원

"노인 고용 정책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이야기할 때 생산성에만 집중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노인들이 잘할 수 있는 직무를 고민해야 하고, 다른 세대와 충돌하지 않으면서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직무 영역을 개발해야 합니다.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은 시대가 바뀌어도 계속 어딘가에 계십니다."

김가원(사진)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연구조사부 부연구위원은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례로 최근 일본의 실버인재센터 회원 수가 감소하는 추세라고 언급하면서도, 기관이 갖는 '빈곤 노인의 사회 안전망'이라는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 실버인재센터는 공공, 민간기업으로부터 주로 단기·임시직의 일감을 받아 60세 이상 노인에게 연계하는 기관이다. 1980년 도입된 이후 빈곤노인의 소득보전의 역할 뿐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고 그 자체로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자리로 '보람노동'이라고도 불린다.

실버인재센터 회원 수는 2009년 79만여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68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것과는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 경기 불황과 고물가에 저소득 일자리에 대한 매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으나, 일본 정부의 고령자의 정규 취업을 촉진하는 정책이 자리 잡기 전까지 노인의 소득 보전 역할을 했을뿐더러 여전히 고용 취약층인 저학력 노인의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 정부도 정년연장 등 노동개혁 논의에 착수했으나, 진행은 더딘 상황이다. 노동개혁은 연금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정부와 국민, 기업간의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진행되기 어렵다. 현재 노인일자리가 인기를 모으는 이유 중 하나다. 김 부연구위원은 "역연령은 높지만, 신체·인지적 건강상태가 양호하고, 사회활동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노인들은 늘어나고 있다"며 "기대여명과 건강수명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은 많은 노인들에게 매력적인 정책으로 관심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노인일자리사업의 20년 역사는 새로운 고령화 대응 정책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고 평가받는다. 김 부연구위원은 "기존의 정책들은 고령자를 주로 시혜적 관점에서, 부양의 대상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노인들의 역량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며 "노인들을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사회참여 주체로서 바라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활동적 노화(active aging) 정책 패러다임은 전 세계적 흐름"이라며 "노인일자리사업은 우리나라의 고령화 대응 정책을 활동적 노화 정책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데 선봉 역할을 했다"고 부연했다.

노인인력개발원은 노인일자리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곳에 사회서비스와 재화를 생산함으로써 노인일자리와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김 부연구위원은 '우리동네 ESG센터', 시니어 드론 순찰대' 두 가지 사례를 예로 들었다.

우선 부산과 인천에서 운영 중인 우리동네 ESG센터는 지역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새활용해 다시 지역 주민에게 돌려주는 자원 순환 센터다. 새활용 작업장·환경·교육·시민 및 아동 대상 체험 공간을 운영한다. 탄소 중립과 시니어를 연계한 노인일자리로 평가받는다.

시니어 드론 순찰대는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드론을 활용해 연안해역 및 해상 안전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이다. 제주도는 지역 특성상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산, 연안해역, 해상 등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노인일자리사업 참여노인들이 드론을 활용한 안전 순찰 활동을 통해 올레길 및 해안관광지 안전예방 계도, 시민안전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의 노인일자리는 일본의 실버인재센터와 마찬가지로 초고령·저학력 노인의 버팀목이기도 하다. 노인인구 중 75세 이상 고연령대의 비중 증가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사업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노인집단 내에서의 7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32.1%나, 2025년 40.9%, 2050년 61.0%로 크게 오를 전망이다. 실제 노인일자리 참여자 중 80세 이상 초고령층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다. 17년 사이 5.6배가 뛰었다.

노인일자리는 큰 인기를 끄는 사업이나, 정책 구현의 핵심주체인 수행기관과 종사자의 확충·지원은 다소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노인인력개발원은 중앙노인일자리전담기관의 역할을 맡게 됐다. 안전관리를 비롯한 일자리 질을 개선하는 업무를 도맡게 됐다. 노인인력개발원은 사업 참여자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해 안전관리부를 신설했다. 그러나 현재 개발원 내 전담 인력은 고작 2.5명에 불과하다.

김 부연구위원은 "급격하게 사업규모가 팽창한 것에 비해 수행기관 및 종사자에 대한 확충·지원은 더디게 진행돼 현장의 업무과중이 심화하고 정책의 성숙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현장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축적해 나갈 수 있도록 종사자의 고용안정성과 경력개발 지원 등이 요구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사업량 확대에 따라 참여자들의 안전사고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나, 이를 관리할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사업 발전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전 관리 인력 확보도 중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숭실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과정을 마친 뒤, 겸임교수를 지냈다. 이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중앙노인돌봄지원기관 등을 두루 거친 사회복지 분야 전문가다. 현재는 한국노년교육학회 이사, 한국노인복지학회 편집위원, 학술기획위원 등을 맡아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세종=이민우기자 mw38@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