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3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이 위원장은 즉시 직무에 복귀하고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를 재가동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탄핵소추 선고에서 헌법재판관 8인 중 4인이 인용 의견을, 4인이 기각을 의견을 제시해 탄핵소추가 기각됐다. 헌재법에 따르면 파면 결정에는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은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이고,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은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이다.
이 위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한 것은 2인 방통위 체제에서 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것이 방통위법 위반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근거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방통위 재적 의원 정원이 5인이고, 방통위법상 방통위 '재적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돼 있는 것을 근거로 '2인 체제 의결'은 의결 정족수 미달에 따른 절차적 하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방통위 2인 체제로 운영되는 것이 방통위법 위반이 아니라고 보고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재적위원은 문제 되는 의결의 시점에 방통위에 적을 두고 있는 위원을 의미한다"며 "방통위의 재적 위원은 (당시) 2인뿐이었다"고 했다.
또 "재적위원 전원의 출석 및 찬성으로 이뤄진 의결이 방통위법상의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은 법규범의 문리적 한계를 넘는 해석"이라며 "재적위원 2인에 의해 의결을 한 것이 방통위법 13조 2항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단, 탄핵 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2인의 위원만이 재적한 상태에서는 방통위가 독임제 기관처럼 운영될 위험이 있다"며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 탄핵소추가 기각되면서 사실상 '2인 체제 방통위' 체제가 헌재로부터 적법성을 인정받았다. 이 위원장은 "헌법과 법리에 따라 현명하게 결론을 내려준 헌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할 일이 많다"며 가장 급한 사안으로 지상파 재허가와 해외 빅테크 과징금 부과 건을 꼽았다. 이 위원장이 방통위로 복귀하면서 175일간 1인 체제로 비정상적 운영을 하던 방통위가 2인 체제를 재가동하게 됐다. 산적해 있는 방송통신 관련 현안을 속도감 있게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시급한 현안인 지상파 재허가 또는 빅테크 과징금 부과를 서둘러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상파 재허가는 KBS 1TV와 MBC TV를 포함한 국내 12개 사업자 146개 채널이 대상이다. 원칙대로는 지난해 말 재허가 여부를 결정했어야 하나 김 부위원장 1인 체제에서 중단됐다. 사실상 '무허가 방송'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방통위가 서둘러 방송사 재허가를 논의할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사·의결 절차를 곧바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방통위가 여전히 2인 체제라는 점은 제약이 될 전망이다. 2인 체제에서 진행한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추천)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앞서 진행된 가처분 소송에서는 법원이 2인 체제 방통위의 결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방송사가 2인 체제 방통위의 심사위원 구성 등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 위원장은 이와 같은 우려에 "차츰차츰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에 대한 과징금 부과 역시 방통위에 주어진 숙제다. 방통위는 2023년 10월 인앱결제 강제화를 문제 삼아 구글에 475억원, 애플에 20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며, 조사도 마무리해 최종 절차만 밟으면 되는 상황이다.
이 위원장 탄핵소추를 추진했던 민주당은 책임론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 측 대리인 장주영 변호사는 "입법 취지에 어긋나는 도의적인 위법행위에 대해 헌재가 엄중하게 판단하지 않은 점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헌재의 탄핵안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3일 경기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