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의 디지털라이프]"동네친구 찾아요" "병원 추천 좀"…중고거래 앱에 "없는게없네"

입력: 2025-01-23 10:46 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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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2개, 화장실 1개, 거실, 주방, 다용도실 등등 넓은 구조의 투룸전세 있어요" "오늘 동네에 순대 트럭이 오나요?" "요즘 허리가 너무 아픈데 어느 병원을 가봐야할까요?" "동네 친구 찾아요."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에 올라온 글들이다.

중고거래 앱으로 시작한 당근은 더 이상 중고 물품만을 판매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당근 앱에선 '당근 부동산'을 통해 부동산 매물을 판매·임대하려는 동네 이웃과 구매·임차하려는 동네 이웃을 연결해주고 있다. '동네 생활' 탭에선 이웃들과 사담을 나누고 정보 교환도 할 수 있다.

A씨는 최근 계속되는 허리 통증에 당근에 병원을 추천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통증 주사 같은 경우는 일시적으로 신경을 마비시켜 통증을 없앨 수는 있지만, 조직이 손상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땐 재활운동을 하는 게 좋다"는 답변을 받았다.

서울에 상경한 지 2주 된B씨는 동네 친구 사귀기를 위해 당근을 찾았다. B씨는 "서울에 온지 얼마 안돼 적응도 많이 친구들도 사귀고 싶고, 일이 바빠 놓고 있던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 당근에서 영어 모임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당근에선 매년 10월 열리는 서울 한강 불꽃놀이를 명당에서 보길 원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여의도 불꽃축제 명당 숙소 최고층 대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는 등 이색적인 상품이 거래된다.

구인·구직 서비스는 이미 유명하다. '당근 알바'를 통해선 하원 도우미 같은 간단한 알바부터 단·장기 알바를 구할 수 있다.

최근 제철을 맞은 제주도 귤 농장에선 부족한 일손을 당근에서 찾고 있다. "감귤 따실 분 구합니다" 등 감귤 관련 아르바이트 공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근은 마케팅 플랫폼이기도 하다. 숏폼 형태의 영상을 볼 수 있는 '당근 스토리'에는 '겨울 이색 장소' 등을 추천하는 게시물이 가득하다. 일부 게시물은 조회수가 1000만을 넘길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물론 중고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단순히 싸기 때문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소비, 실용적 가치 추구,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세컨핸드'(남들이 사용했거나 소장하고 있던 제품) 시장이 크고 있다.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1년간 플랫폼 이용자들의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2024 세컨핸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번개장터의 거래건수는 전년 대비 약 63% 증가했다. 총 상품 등록 건수는 4100만개를 넘어섰다. 가장 많이 거래된 카테고리는 '스타굿즈'였다. 사용하지 않는 응원봉, 팬사인회 응모 등을 위해 대량 구매한 앨범을 내놓는 이들이 많았다. 작년 연말 비상계엄 사태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중고거래를 통해 절감한 탄소 배출량은 340만톤에 달한다. 이는 자동차로 지구를 37만 바퀴 주행했을 경우의 탄소배출량이며, 우리나라 전체 산림의 8%에 해당하는 5800만 그루의 나무가 1년간 흡수하는 탄소배출량이다. 당근에서 현재까지 이뤄진 중고거래를 식수 효과로 환산하면 약 4억500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은 것과 맞먹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거래 앱은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 트렌드에 따라 삶의 자연스러운 소비 패턴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여기에 다채로운 지역 기반 서비스까지 더해지며 일상생활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 앱'으로 자리잡고있다"고 말했다.이미선기자 alread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