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 코인' 국내선 고작 투기상품
투자자보호 좇느라 유행 뒤처져
수익 내려면 유연해져야 할 때
투자자보호 좇느라 유행 뒤처져
수익 내려면 유연해져야 할 때
![[김남석의 개미생활] `트럼프코인`은 되는데, `윤석열·이재명코인`은 안되는 까닭?](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2402101563046001[1].jpg "[김남석의 개미생활] `트럼프코인`은 되는데, `윤석열·이재명코인`은 안되는 까닭?")
[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아마 트럼프코인을 상장하는 거래소는 당국이나 언론에서 뭇매를 맞을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밈코인은 투기상품이니까요."
'오피셜 트럼프'(트럼프코인)가 상장된 뒤 고공행진을 벌일 때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와 나눈 대화다.
'그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우리나라 거래소 두 곳이 거래를 지원하자 당국은 '졸속 심사'라며 조사를 예고했고, 언론에서는 '밈코인'의 높은 변동성을 경고하며 시장이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뭇매를 예상한 관계자는 안타깝게도 트럼프코인을 지원하는 거래소 두 곳 중 하나에 소속된 인물이다. 거래지원 관련 부서가 아니어서인지, 알고도 모른 척 한 것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비판이나 비난을 예상하면서도 결국 거래지원에 나섰다.
밈코인은 특별한 목표나 기술력 없이 재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상자산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밀고 있는 도지코인이 대표적인 밈코인이다. 일상의 화폐를 대신하거나,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핀테크 등에 결합되는 일반적인 가상자산과 달리 커뮤니티를 구성하는데 더 큰 의미를 둔다.
누군가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코인에 돈을 투자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지만, 혹자는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구성된 뒤에 쓸모를 찾는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풍문에 휩쓸리는 주식시장의 테마주보다 처음부터 '우리 한번 모여보자'는 의미를 가진 밈코인이 낫다는 시각도 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리플 등 일반적 코인은 상세한 기술, 용도 등을 적은 상품 설명서가 있다. 트럼프코인은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역사의 한 조각'이라는 문구만 보인다. 트럼프 커뮤니티에 가입해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리더를 기념하고 모두 중요한 것을 위해 싸우자고 강조하고 있다.
이미 이 같은 밈코인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대세가 되고 있다. 머스크를 응원하려면 도지를 사고, 시바견을 사랑한다면 시바이누에 투자한다. 도지코인의 시가총액은 520억달러(74조7552억원), 시바이누는 117억달러(16조8199억원)다.
물론 대부분의 투자자들의 목적은 응원이나 사랑이 아닌 수익일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어쨌든 전 세계 투자자들이 그 자산을 믿고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변동성이 높다는 점을 인지한 상황에서 이 가상자산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해외 가상자산 분석가들은 이미 올해가 '밈코인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도 밈코인이 나올 수 있을까. 예를들면 '윤석열코인', '이재명코인' 같은 것이다.
하지만 현실상 어렵다. 규제 탓이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새로운 밈코인의 거래지원이 불가능한 구조다.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산업이나 유행에서 뒤처지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닥사)의 거래지원 모범규제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가 신규 가상자산을 거래지원하기 위해서는 발행주체의 신뢰성과 이용자 보호 장치, 기술과 보안, 법규 준수 항목을 모두 심사해야 한다.
트럼프코인을 예로 들면 발행주체의 신뢰성은 미국 대통령 이름만으로도 확보된다. 다만 나머지 부분은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 상품 설명서는 트럼프를 위해 싸우자고 말하고, 기술은 어디에서도 확인하기 어렵다.
처음부터 기술을 산정하고 만들지 않은 밈코인에 대해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만 밈코인뿐 아니라 가상자산을 사실상 '악'으로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당장의 규제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거래소가 '설거지'의 대상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코인만 봐도 지난 17일 해외 거래소 상장 직후 5~6달러였던 가격이 하루 만에 74달러를 찍었지만 당시 국내 원화거래소 이용자들은 여기에 투자할 수 없었다.
트럼프 취임 직후 가격은 급락했고, 원화거래소가 처음 거래를 지원한 시기에는 이미 고점 대비 가격이 반토막나 있었다. 거래지원을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트럼프코인은 원화거래소에서 거래지원이 시작된 뒤 인기가 급상승했다. 최근 빗썸 내 트럼프코인의 하루 거래금액은 1876억원으로 테더와 리플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보다도 거래량이 많다.
전날 기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트럼프코인보다 거래대금이 많은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5개종목 뿐이다. 현대차와 HD현대일렉트릭보다도 거래대금이 높았다. 전 세계 거래량으로 보면 하루 12조원에 달한다.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보다 많다.
전 세계 투자자들을 바보로 취급할 것이 아닌 이상, 이제 밈코인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투자자의 선택지는 높이되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한국거래소가 테마주 등에서 과열현상이 나타나면 유의종목 지정이나 짧은 시간의 거래정지 시간을 부여하는 것을 참고할 수도 있다. 아니면 차라리 콘셉트를 확실히 해서 국내에선 완전히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도 있다. 이도저도 아닌 규제 때문에 수익도, 유행도, 시장도 모두 잃고 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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