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블록체인 게임 잇달아 출시
'크립토 윈터' 딛고 생태계 재육성
'크립토 윈터' 딛고 생태계 재육성
'친 가상자산' 기조를 내세운 도날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가 관련 정책을 본격적으로 내놓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이 관련 업계에도 훈풍이 불 지 주목된다. 특히 10년 넘게 블록체인 생태계의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해온 국내 게임사들이 웹3 산업에서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키워오다 '크립토 윈터'를 맞았던 게임사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게임을 출시하며 블록체인 게임의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디지털 금융 기술 분야의 미국 지도력 강화'라는 제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지난 20일 취임 이후 4일 만에 내놓은 가상화폐 업계 관련 첫 조치다. 행정명령에는 △대통령 경제위원회 직속 가상자산 실무그룹 신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금지 △2022년 3월에 발동된 '행정명령 14067(디지털 자산의 책임 있는 개발 보장)' 폐지 △2022년 7월 발표된 '디지털 자산에 대한 국제 참여 프레임워크'의 즉시 폐지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참석해 가상화폐 산업 육성과 "미국이 지구의 가상화폐 수도이자 비트코인 강대국이 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트럼프 2기의 가상자산 친화 정책을 총괄하는 인사는 '페이팔 마피아'인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인공지능(AI)·가상화폐 차르로 임명됐다. 색스는 코인이 대표하는 가상자산과, 쓰임새가 명확한 '프로토콜 코인'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프로토콜 코인은 실제 용도가 있으니 일반적인 코인처럼 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게임사들이 프로토콜 코인 기반 웹3 생태계 육성에 공들여 왔다. 넥슨은 'NXPC', 넷마블은 '마브렉스', 카카오게임즈는 '보라', 위메이드는 '위믹스'라는 토큰을 발행하고 블록체인에 기반한 웹3 게임에 공을 들여왔다. 다만 국내에서 불명확한 규제와 정책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웹3 생태계를 키우기 보다는 게임 본연의 '재미'에 집중하는 접근을 펴 온 것. 그러나 미국발 훈풍이 국내로도 불어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넥슨은 자회사 넥스페이스를 통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메이플스토리 N'을 올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메이플스토리 N'은 게임 이용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 지식재산(IP)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이를 통해 아이템 획득의 재미를 극대화하고 RPG 본연의 재미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이용자가 키운 캐릭터나 아이템을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민팅(발행)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아이템의 가치를 보존을 위해 아이템 총 수량을 한정했다. 게임을 장기간 서비스하며 생기는 아이템 가치 하락이라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블록체인 생태계를 게임에 연결해 이미 성과를 낸 위메이드는 더욱 고도화된 시스템을 설계했다. 1분기 출시 예정작 '레전드 오브 이미르'의 최상위 아이템을 대체불가아이템(NFI)으로 선보이며 NFT처럼 고유 번호 등을 부여, 투명한 거래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더해 글로벌 버전을 출시할 때 지난해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과 동일한 토큰 경제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토큰 경제를 도입한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은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누적 매출 2000억원을 기록했다.
넷마블은 '재미'에 맞춰 '마브렉스'를 리브랜딩했다. 3주년을 맞아 △게임 파트너십 확대 △사용자 보상 시스템 강화 △기술· 지속 가능성 강화 △커뮤니티 중심의 생태계 운영 등에 초점을 뒀다. 마스코트와 토큰 디자인, 브랜드 로고도 새로 공개했다. 이번 리브랜딩을 시작으로 향후 MMORPG, 캐주얼, 시뮬레이션 등 10여 개 이상의 신규 게임 프로젝트를 2026년까지 마브렉스 생태계에 온보딩 한다는 계획이다.
컴투스홀딩스의 '엑스플라(XPLA)'는 이용자 중심의 웹3 생태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게임 서비스의 강점을 기반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사용자도 쉽고 재미있게 웹3를 경험하도록 공들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플레이3'를 개발 중이다. 플레이3는 밈코인을 제작하거나 밸리데이터에게 자산을 예치하는 과정을 게임처럼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엑스플라의 메인넷에 올라온 블록체인 서비스는 게임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블록체인 게임사와 게임 이용자의 관점에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인프라 개선에 공들이고 있다.
장현국 전 위메이드 대표도 액션스퀘어 대표로 취임하자마자 블록체인 프로토콜 '크로쓰'를 공개, 오는 3월까지 빠른 속도로 생태계를 꾸리고 블록체인 게임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액션스퀘어는 위믹스와 같은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을 구축하고, 다양한 블록체인 게임을 속도감 있게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 중인 게임사 한 관계자는 "현재 국가별로 블록체인 정책에 차이가 크다 보니 규제의 다양성이 글로벌 사업 운영에 현실적 어려움을 주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정부가 웹3 친화적 분위기를 이끌어가면 전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아 전체 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고 밝혔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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