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혁 민주당 의원, '군인연금법 개정안' 발의
군 복무 경력·직위 이용 범죄시 급여 제한 핵심
"복무 중 사유와 범죄 무관하다고 볼 수 없어"
"직무 관련 없거나 정당한 명령의 과실은 제외"
국회의 입법 기능은 국민의 삶과 직결됩니다. 좋은 법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지만 반대의 경우 불편함과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이는 국회의원이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법안을 발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법안들 중 내 삶과 가족, 일터와 사회에 의미가 있거나 울림을 주는 법안을 선별해 소개하고 그 필요성과 의의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편집자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원실 제공]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한 것은 물론 포고령 초안을 직접 작성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다수 국민들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납득하지 못하는 만큼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과 함께 거센 비판 여론을 마주했다. 사태의 전모가 드러나며 김 전 장관은 중요 임무 종사·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재판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민의 분노를 또 한 번 끌어올리는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김 전 장관이 군인연금 재수령을 신청했고 현역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이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비상계엄 사무와 관련해 임무를 수행한 전 장병들은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고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5일 김 전 장관의 면직을 재가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사직서를 수리한 당일 국방부에 재퇴직신고서를 제출하며 군인연금 재수령을 신청하고 나섰다. 군인연금법은 퇴역 군인이 공무원으로 임용될 경우 재직 기간에는 연금 지급을 정지하고 공직에서 물러나면 30일 안에 재퇴직 신고서를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장관직에서 물러나며 그간 중단됐던 연금 지급을 재개해달라고 신청한 것이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체포 직전 군인연금과 더불어 장관직 퇴직 급여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이 군인연금과 퇴직 급여를 신청한 건 현행법을 토대로 하고 있기에 행위 자체만으로 문제 삼기는 힘들다. 다만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비상계엄 선포가 이뤄지고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질 정도로 중대한 사안에 연루된 관계자로서 정치적·도의적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법원이 김 전 장관의 혐의를 인정해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하더라도 연금 급여 제한 규정이 '복무 중 사유'에 한정되는 만큼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김 전 장관이 현재 받고 있는 각종 혐의는 군인이 아닌 국방부 장관으로 재직 중일 때 발생했다. 그 결과 김 전 장관은 대법원이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할 경우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퇴직 급여는 받지 못하지만 군인연금은 받을 수 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직 군인이었던 공무원이 자신의 복무 경력 또는 직위 등을 이용해 저지른 위법 행위까지 급여 제한 사유에 포함하는 내용의 '군인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군인으로 복무했던 경력 등을 활용해 죄를 범한 경우 범죄 발생이 복무 중의 사유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는 차원에서다.
개정안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됐을 때 적용 가능하다. 단 직무와 관련 없는 과실이나 소속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따르다가 생긴 과실로 인한 사유는 제외하도록 명시했다.
박 의원은 "전직 군인들이 군 경력, 정보 등을 이용해 죄를 범한 경우 이는 군 복무 중의 사유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으나 현행법은 현역 군인들만 퇴직 급여를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이번 내란 사건에서도 현역 사령관들은 급여에 제한을 받지만 정작 계엄을 주도하고 지시한 중요 임무 종사·직권남용 피의자인 김 전 장관은 즉각 퇴직금을 신청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대한민국을 대혼란에 빠뜨린 김 전 장관이 월 500만원가량의 퇴직 급여를 지급받는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황당함을 넘어 사회 정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현역 복무 중인 타 내란 범죄 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전직 군인의) 퇴직 급여를 제한하는 한편 내란 범죄뿐 아니라 군의 정보와 직위 등을 이용한 중대 범죄의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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