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골드 이벤트 개최 한 달 만에 거래유의 종목 지정…또 상폐 위기
업계 비판 잇따라…"투자자 출구 역할 자처? 입장 유지했어야"
업비트에서 거래가 정지된 비트코인골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던 코인원도 결국 비트코인골드를 거래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업계에서는 코인원이 투자자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쳤지만, 결국 일관성 없는 기준으로 인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코인원은 지난 7일 비트코인골드를 거래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비트코인골드 입금 이벤트 결과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내린 결정이다.
코인원은 지난해 12월 24일 다른 거래소에 있는 비트코인골드를 코인원으로 옮길 경우 최대 1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개최했다. 당초 이벤트는 1월 2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예산 조기 소진으로 12월 30일 종료됐고, 코인원은 지난달 말인 20일부터 다시 비트코인골드 입금 이벤트를 열었다. 이 역시 조기 마감했고, 해당 이벤트 결과가 지난 6일 발표됐다.
코인원이 비트코인골드 입금 이벤트를 개최한 날은 업비트가 비트코인골드 상장폐지를 발표한 날이었다. 업비트의 공지가 올라온 지 불과 30분 만에 코인원은 해당 이벤트를 공지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업비트에서 거래가 중단된 비트코인골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코인원이 이벤트까지 열며 유인 전략을 펼쳤다고 봤다. 비트코인골드 투자자 대부분이 국내 투자자로, 업비트에서 거래가 정지되면 투자금 회수를 위한 거래소간 이동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골드는 신뢰도 하락과 유동성 악화 등을 이유로 해외 대형 거래소에선 지난 2022년부터 거래되지 않고 있다.
이에 업비트도 △가상자산 관련 중요사항에 대한 공시 여부 및 정도 △가상자산 운영의 투명성 △사업의 실재성과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 미진한 부분이 확인돼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후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했다.
코인원은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회원사로서 공동 대응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일관성 없는 기준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상장폐지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출구 마련이 필요하다며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유저 확보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투자자 보호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초래됐다. 거래유의 종목 지정 이후 지정 사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거래지원이 종료된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출구 역할을 하겠다고 자처했다면 마지막까지 일관된 입장을 유지했어야 했다"며 "이벤트를 할 때는 거래소 자체적으로 판단을 한 거고, 문제가 될 것 같으니 뒤늦게 닥사 결정을 따랐다고 하는 것은 뒤늦게 발을 빼려는 모습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비트코인골드는 수년째 업데이트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이를 사전에 검토했었다면 이벤트를 열었던 것도 투자자 보호와는 거리가 멀다"고 봤다.
다른 관계자 또한 "거래소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쳤지만, 결국 고육지책(苦肉之策)이 된 셈"이라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거래소마다 기준이 달라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비트는 거래소 자체 결정으로 비트코인골드를 상장폐지했고, 코인원은 닥사에서 정한 거래 지원 모범사례를 따랐기 때문이다.
거래 지원 모범사례는 5대 원화거래소와 15개 코인마켓 거래소에 모두 적용되는 사항으로 거래지원 종료 또한 공동 대응이 이뤄지는데, 강제 사항이 아니어서 거래소 별로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거래소별로 기준에 차이가 나는 것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며 "일관성을 유지할지, 다른 방향을 찾을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