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국가 양자기술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조직이 이달 중 새로 생길 전망이다. 지난 2022년 11월 자율기구 제도를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직속으로 설치된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최장 1년까지 연장 운영이 가능한 기간을 1년 이상 훌쩍 넘겨서야 정식 조직으로 출범하게 되면 일원화된 체계 속에서 양자과학기술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9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달 중 2년 넘게 장관 직속으로 운영해 오던 양자기술개발지원과를 과기정통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을 통해 양자혁신개발과로 새롭게 출범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양자기술개발지원과는 2022년 11월 국정과제 및 기관장 역점사업 추진, 긴급 현안 대응을 위해 기관장 책임 하에 부처 자율적으로 과장급 임시 조직으로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정한 자율기구 제도를 통해 설립됐다. 자율기구는 6개월 운영 후 1회 연장 가능하며, 그 이후에는 행안부와 협의해 정규 조직으로 만들거나, 업무 조정을 통해 재편된다.
현재 양자기술개발지원과는 2023년 11월 이후 양자과학기술산업과로 명칭 변경 후 자율기구 최대 연장기간을 지나 지난해 11월부터 연구개발정책과 소속으로 옮겨져 양자과학기술산업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2022년 양자기술개발지원과 신설 당시 양자과학기술과 양자산업 정책을 각각 맡고 있던 1차관실과 2차관실 간 업무 주도권 확보를 놓고 미묘한 갈등이 벌어져 장관 직속의 자율기구로 두는 것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전까지 과기정통부 내 양자기술 관련 업무는 2차관실의 네트워크정책과, 1차관실의 원천기술과, 과학기술혁신본부의 기계정보통신조정과 등이 소관 업무에 따라 분산해 맡아 왔다.
이후 양자기술개발지원과 신설을 계기로 과기정통부는 내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센싱 등 분야별로 흩어져 있던 양자기술 육성과 진흥 업무를 국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담당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아울러 국가 양자 관련 정책 마련과 사업 수행에도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도국과 달리 2019년부터 후발주자로 양자과학기술 연구개발을 본격화한 이후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비전 및 전략(2023년 6월), 퀀텀 이니셔티브(2024년 4월),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2024년 8월) 등 국가적 정책 방향성과 사업 추진전략을 담은 양자 종합계획을 발빠르게 마련할 수 있었다. 특히 양자경제 중심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에 관한 법(양자기술산업법)'을 제정해 작년 11월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범부처 양자과학기술 컨트롤타워인 양자전략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양자과학기술 R&D 전략과 정책, 국제협력을 담당하는 외부 지원기관은 정부 부처가 따로 따로 지정해 효율적 지원업무가 가능할 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양자 과학기술 전략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양자 과학기술 정책과 국제협력은 과기정통부 1차관실이 각각 외부 전문기관을 지정, 운영하고 있다.
과기혁신본부는 2022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양자국가기술전략센터'로 지정해 국가적 관점의 양자 R&D 투자전략 수립과 국내외 양자분야 기술 현황 및 전략 분석 등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또한 과기정통부 1차관실은 국가 양자분야 국제협력을 뒷받침하는 'K-퀀텀 국제협력본부'와 국가 양자과학기술 R&D와 사업화, 국제협력 등에 관한 싱크 탱크 역할을 수행할 '국가양자기술정책센터'를 표준연으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표준연은 세 분야 기관 지정을 계기로 양자과학기술 R&D를 중심으로 전략, 정책, 국제협력을 아우루는 국가 양자과학기술 대표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연구원 내 한정된 인력을 통해 세 개 기관을 운영해야 하는 애로사항과 함께 우수 인재 채용을 위한 처우 개선 마련 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과기정통부 내 양자 전담조직 신설 이후 국가 차원의 양자과학기술 업무를 일원화해 보다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정책과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양자과학기술 정책, 전략, 국제협력 등으로 나눠 지원기관을 지정한 것은 정부 지원예산이 사업별로 세부화돼 있기 때문으로, 전담 과를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지원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양자기술 패권 경쟁에서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양자과학기술은 기존 기술 한계를 뛰어 넘는 기술적 혁신성과 광범위한 파급 잠재력을 지닌 미래 산업과 안보의 3대 게임체인저 기술 중 하나로, 세계 각국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표준연이 개발하고 있는 초전도 기반의 양자컴퓨터와 양자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양자 프로세서(QPU)'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