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국내 5대 원화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24시간 거래대금은 22억849만달러(약 3조2195억원)으로 집계됐다. 거래가 가장 많은 곳은 업비트로 59%(13억1004만달러)의 점유율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까지 업비트의 평균 점유율은 70%를 웃돌았다. 점유율이 가장 높았던 지난 3월에는 82%까지 커졌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전체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나는 과정에서 점유율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과 비교하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약 1조원에서 3조원으로 3배 가까이 커졌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368만원이었던 국내 투자자 1인당 가상자산 보유금액은 11월 658만원까지 급증했고, 같은 기간 예치금도 4조4000억원에서 8조8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 같은 투자열풍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본 국내 거래소는 빗썸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준 빗썸의 점유율은 38%(8억4144만달러)로 지난 9월 30%에서 8%포인트(p) 늘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평균 25%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두드러진 성장세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4분기 집중됐던 빗썸의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점유율 확대 요인으로 꼽았다. 3분기 말 시작한 거래수수료 무료 이벤트와 함께 '전국민 비트코인 11만원 지급', '비트코인 300억 지급', 'KB사전등록 100억 이벤트','이마트 110억 이벤트' 등 창립 11주년과 실명계좌 변경을 기념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빗썸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모두 사용하고, 과도한 출혈경쟁에 대한 비판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며 성공적인 마케팅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빗썸은 업비트뿐 아니라 3~5위 거래소의 점유율까지 흡수했다. 지난해 최대 5%대의 점유율을 가져갔던 코인원은 이날 기준 2%대로 쪼그라들었고, 코빗과 고팍스 역시 점유율이 줄었다. 5대 거래소 중 점유율이 늘어난 곳은 빗썸이 유일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업비트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있는 것도 빗썸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업비트는 고객확인제도(KYC) 위반 등 자금세탁방지 의무 불이행혐의로 영업정지에 해당하는 중징계 처분을 사전 통지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한 반사이익이 빗썸에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과거 이벤트로 늘어난 점유율이 일회성에 그쳤던 경험이 있는 만큼, 현재 확보한 점유율을 유지하며 더 확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동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빗썸은 작년에도 수수료 무료 이벤트로 3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했지만 한두 달여만에 다시 10%대로 돌아갔다"며 "최근 가상자산 가격 하락으로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지금 유입된 투자자들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빗썸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작년과 달리 여전히 가상자산 가격 상승 모멘텀이 남아있고, 빗썸은 다음 달부터 실명계좌 KB국민은행 변경으로 인한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며 "올해 가상자산 법인계좌 허용 기대도 호재"라고 덧붙였다.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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