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추격에 美관세 압박 K반도체… 반도체법 더 미룰 시간 없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1302102369058001[1].jpg "[사설] 中추격에 美관세 압박 K반도체… 반도체법 더 미룰 시간 없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반도체 산업이 사면초가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은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재편되는 와중에 국내에선 주52시간 근로제한으로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R&D)이 지체되고 있다. 미·중·일·유럽 등 세계 각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며 자국 기업을 육성하고 있는데 우리는 겨우 세액공제에 그치고, 근로시간 유연화를 담은 반도체특별법 제정은 거대 야당의 벽에 가로 막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앞으로 몇 주간 철강과 알루미늄뿐 아니라 반도체와 자동차, 의약품에 대해 들여다볼 것"이라며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반도체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현재 회원국 간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협정에 반해 미국에 들어오는 반도체에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달러로, 수출 비중은 7.5%다. 미중 갈등 심화와 AI 시장 확대에 따른 미국의 반도체 수요 급증 등으로 대중 반도체 수출 비중은 2023년(36.6%)보다 3.8%포인트 하락한 반면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2023년(5.0%) 대비 2.5%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범용 메모리에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며 DDR5, HBM 등 첨단 메모리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20년 제로(0)에 가까웠던 중국 반도체업체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로 상승했다. DDR4와 같은 레거시 제품만 만들던 CXMT는 작년 12월 HBM과 함께 AI 메모리로 주목받는 고성능 서버용 메모리 DDR5도 출시했다. CXMT는 이미 HBM2∼HBM2E 제품을 양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도 중국 최대 업체인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선 중국 SMIC(중신궈지)가 지난해 3분기 6%의 점유율로 2위인 삼성전자(9.3%)를 턱밑까지 따라왔다. 가전 조선 철강 전기차 석유화학 등에서처럼 반도체도 중국에 따라잡힐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초격차'를 유지하는 길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선 R&D 분야에서만이라도 기업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제한을 완화해줘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 기업들은 밤새 연구실 불이 꺼지지 않는데 '나인 투 파이브' 근무시간 제한으로 어떻게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이 미래 산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한국보다 한참 앞선 것은 R&D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인력의 치열함에 힘입은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서라도 근로시간 유연화를 담은 반도체법 제정은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잘사니즘'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반도체법 제정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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