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챙기던 착한 사람"
"날벼락 같은 일로 착하고 예쁜 사람 희생돼"
"날벼락 같은 일로 착하고 예쁜 사람 희생돼"
"참 착하고 예쁜 사람이었는데…하늘도 무심하지."
14일 오후 경기 시흥시의 한 편의점 앞을 지나던 주민 김모(70)씨는 폴리스라인이 쳐진 출입문 앞에 놓인 쪽지를 읽다가 "하늘도 무심하지, 참 착하고 예쁜 사람이었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편의점 입구 옆에는 지난 12일 발생한 '흉기 살해 사건'에 의해 희생된 20대 여성 직원을 추모하는 글귀가 적힌 쪽지와 국화 꽃다발, 간식 등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쪽지에는 "안녕하세요. 딸기우유 매일 사 가던 사람인데 젤리 주시고 선물 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자신을 '얼음컵 학생'으로 적은 또 다른 쪽지에는 "큰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밀려와 마음의 평화를 산산 조각내고 소중한 것을 내 눈앞에서 영원히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의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따.
앞서 지난 12일 이곳에선 A(35) 씨가 편의점 안에 있던 20대 여성 직원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편의점 내 다른 손님 2명이 손 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이후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B씨는 치료 끝에 지난 13일 오후 8시 50분쯤 숨졌다.
A씨는 이 범행 직전 자택에서 의붓형을 흉기로 살해한 뒤 200여ｍ 떨어진 편의점에서 B씨에게 재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갑작스레 발생한 끔찍한 사건에 주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평소 A씨와 아무런 관련이 없던 B씨가 이유도 모른 채 살해됐다는 소식에 분통을 터뜨리는 주민도 많았다.
김씨는 "B씨는 평소 집 없는 고양이들을 위해 편의점 앞에 물과 사료를 채워놓는 착한 사람이었다"며 "3년여 전부터 편의점이 들어선 이후 계속 근무해서 얼굴을 알고 지낸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주변 주민 중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줄도 몰랐다"며 "날벼락 같은 일로 착하고 예쁘던 사람이 희생된 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강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정신질환 진단을 받고 며칠간 입원 치료를 받다가 퇴원했으며, 한 달가량 약을 먹다가 임의로 복용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비슷한 기간부터 어머니를 비롯해 의붓아버지, 그리고 의붓형 B씨와 한집에 거주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치료를 받지 않던 A씨의 증세가 점차 악화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